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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신체 나이를 되돌리는 생쥐 세포 회춘 실험

<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기자] 모든 지구 생물의 신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세포가 늙어가고 평생 동안 절대 예전의 어린 신체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나이와 상관없이 영원히 젊음에 머무르는 불로불사가 동화나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가능할지 모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표현이 현실화되는 연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어른 생쥐의 신체를 미성숙한 생쥐의 신체로 회춘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생명공학 기술 기업 제넨테크(Genentech)에서 진행되었다. 연구진들은 중년 생쥐의 피부 세포에 세포를 역분화하는 단백질을 주입해 장기와 피부를 젊은 생쥐의 상태와 같이 바꾸는 데 성공하였다. 역분화란 세포의 생체시계, 즉 신체나이를 역행하는 행위다. 

실험에서 사용된 단백질은 2006년에 일본 과학자 야마나카가 발견한 ‘야마나카 인자’이다. 그는 이를 발견하여 2012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야마나카 인자를 발견은 윤리적인 문제를 낳는 인간 배아 연구를 하지 않고서도 줄기 세포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하였다. 야마나카 인자는 Oct4, Klf4, Sox2, c-Myc 등 네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이 단백질은 성체 체세포를 어떤 세포로도 발달할 수 있는 유도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이다. 하지만 야마나카 인자는 성체 세포를 영구적이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줄기 세포로 변화시키고 더 어린 상태로 회춘하는 기능을 가졌을 뿐이다.

실험에서는 세 종류의 쥐 집단이 실험 대상으로 사용되었다. 인간 나이 80세와 동일한 생후 25개월에 한 달간 받은 쥐와 인간 나이 50에서 70세까지인 생후 15개월에서 22월까지 받은 쥐, 그리고 인간 나이 35세에서 70세까지인 생후 12개월에서 22개월까지 받은 쥐로 나뉘었다. 신장과 피부 세포에 인자 투입은 두, 세 번째 집단이 첫 번째에 비해 더 긴 기간 동안 받게 하였다. 

실험 결과, 7에서 10개월의 기간 동안 인자 투입을 받은 두 (생후 15-22개월), 세 번째 (생후 12-22개월) 생쥐 집단만 회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생쥐들은 상처가 생겨도 피부 세포 증식 능력이 높아졌고 흉터가 남지 않았으며 혈액 내 대사 물질에 노화로 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젊은 생쥐의 신체 능력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야마나카 인자를 투입하면서 암 유발 가능성이 우려되었지만 장기간 동안 인자를 투입받은 생쥐들은 혈액 세포에서 신경학적 손상이나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보통 다른 쥐에서 나타나는 증상인 혈중 지방 수치도 상승하지 않았다. 

반면에 오직 한 달 동안 인자 투입을 받은 첫 번째 생쥐 집단은 위에서 밝힌 회춘 효과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장기간 동안 유전자 조합인 야마나카 인자를 투입하여 세포 조작을 하면 특정 조직 세포를 회춘하고 노화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아직 특정 분자와 유전자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향후 연구팀은 이를 분석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로 알 수 있는 또 다른 점은 효과적인 역화를 위해서는 쥐가 너무 늙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실험에 사용된 세 집단 중 25개월(인간 나이 80세)로 가장 나이가 많았던 생쥐가 세포 분자시계를 돌렸을 때 가장 효과가 적었던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체세포의 회춘과 효과적인 노화 방지에 대한 연구가 현재까지는 생쥐에서만 실험되었기에 아직 인간에게도 적합하지는 알 수 없다. 야마나카 인자가 인간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생쥐 유전자가 공학적으로 조작된 것처럼 인간도 유전공학적 변화가 일단 생겨야 하는데,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주사로 투입하는 등 다른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크리스틴 브로우더 연구원은 “결국 바이러스를 이용하거나 코로나19 백신에 원용한 것과 유사한 기술을 기초로 하는 유전자 요법이어야 할 것이다. 다른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판데믹 때 사용된 백신과 같은 방법으로 야마나카 인자 설계 매뉴얼과 함께 메신저리보핵산(mRNA) 분자를 인간 몸에 주사하는 mRNA 기술 적용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체세포의 기능과 재생 능력을 이용해 신체의 노화로 인한 스트레스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 연구에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이끈 제넨텍의 야스퍼 박사는 “많은 노화 관련 질병이 이번 방법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생애 모든 단계에서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새로운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즈덤 네이처] 모든 생명체는 탄생부터 소멸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인류의 진화과정은 물론, 동·식물이 자라고 발달하는 개체 발생 과정을 연구하면 생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민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발생 생명학의 세계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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