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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글로벌] 사우디와 빈 살만의 미래 ‘네옴시티’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기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동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꼽히던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요즘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개혁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바로 살만 국왕의 6번째 아들인 빈 살만 왕세자이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으로 국민들을 통제했던 사우디에서 이제는 여성이 운전을 할 수 있고 또 축구장에 입장할 수 있게 되었다. 2017년에 이슬람 온건화를 공언하면서 빈 살만은 종교경찰의 체포 권한을 박탈하고 35년 만에 영화관을 다시 여는 것은 물론 사우디의 전통의상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파격 행보를 하며 혁신과 개혁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빈 살만 왕세자가 꿈꾸는 사우디의 모습은 어떠하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비전에 대해 어떤 외교적 입장을 취해야 할까? 

사우디 제1 왕세자 빈 살만은 현 사우디 서열 2위로 고령의 국왕 대신에 국정을 운영한다. 막대한 권력을 가진 것은 물론 그는 비공식적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이다. 그러나 빈 살만이 왕세자가 되어 이러한 힘을 쥐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 

사우디의 전통은 왕위를 형제에게 상속하는 것이었는데, 빈 살만의 아버지 살만은 동생 무크린을 물러나게 했고, 자신의 조카 빈 나예프를 제1왕세자로 지정하고 빈 살만을 제2왕세자로 올렸다. 이후 빈 살만은 자신의 친위 부대를 이용해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감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빼앗았다.  2017년에 빈 나예프는 빈 살만에게 자리를 내주며 빈 살만은 첫 3세대 왕세자이며 최초로 부자상속으로 현재 차기 왕 계승자가 되었다. 빈 살만은 30세에 세계 최연소 국방장관으로 임명되어 사우디의 경제 및 안보를 총괄하며 다양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우디의 개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반부패위원회를 구성해 부패척결의 명목으로 200여 명의 사촌과 장관 등을 체포한 뒤, 석방 조건으로 재산의 70%를 정부에 헌납하라고 하였다. 이러한 거친 추진력으로 빈 살만은 권력과 부를 모두 쟁취하였다.

현재까지 사우디 아라비아는 석유로 막대한 부를 얻었다. 그러나 빈 살만은 탈 석유화를 지향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석유만으로 부를 창출하는 대신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로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미 35년 만에 영화관을 재개관하면서 사우디는 영화 사업으로 240억 달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그는 사우디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여성 인권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최초로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여성 운전을 허용하는 등 인권 확장을 위한 노력을 했다. 

점점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어간 빈 살만은 무려 사우디 청년 (18-24세)의 91%로부터 지지를 받게 되었다. 유학과 여행을 다니며 세계를 더 크게 바라본 젊은 세대가 빈 살만을 강력하게 지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개혁을 해간 빈 살만은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사우디 북서부에 위치한 홍해 인근 사막 지대에 2만 6500km에 달하는 친환경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는 것이다. 

네옴시티는 산업 단지와 관광단지 등 모든 시설을 갖춘 스마트 도시이다. 빈 살만은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 100% 신재생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친환경 도시를 만들 계획으로 이미 네옴시티의 관광단지인 트로제나 안에서 2029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가 확정된 상태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00만 명이 거주하고 3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 도시에서 신재생에너지, 로봇 등 첨단기술,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탄소 제로’ 도시로 추진될 계획이다. 2021년 1월 10일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를 차와 도로가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며 “어째서 개발을 위해 자연을 희생해야 하는가. 우리는 미래 도시를 위해 관습적인 도시라는 개념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옴시티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우디 예산 5000억 달러의 최소 두 배 이상을 초과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1월 17일,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세자 빈 살만은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을 방문해 에너지, 방위산업, 건설, 인프라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약 40조 규모의 MOU를 체결하였다. MOU를 체결함과 동시에 한국은 사우디의 우선 협상 대상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기술력은 빈 살만의 네옴시티를 건설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그가 탈 석유화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2018년, 사우디의 한 언론인 카슈끄지가 빈 살만을 비판하는 칼럼을 올린 후 실종되면서 빈 살만 정권의 카슈끄지 살해 의혹이 큰 파문을 일으켰고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바이든은 카슈끄지는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그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며 “대가를 치르게 하고 고립시키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하였다. 그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사우디와의 만남을 계속해서 거부했고, 트럼프 정부가 허가했던 한화 약 157조 규모의 무기 판매를 취소했다. 이에 빈 살만도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맞섰고 두 나라의 관계는 점점 냉담해졌다. 이는 지난여름 원유감산 목적으로 사우디를 방문한 바이든에게 빈 살만이 정중하게 거절하며 오히려 석유증산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빈 살만의 꿈,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기업이 꼭 필요하지만 두 나라의 관계는 여전히 모호하다. 만약 미국이 사우디에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사우디,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손을 잡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중간에 놓이게 된다. 이미 사우디는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가인 대한민국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이에 경제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더군다나 네옴시티 사업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네옴시티 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 타당성을 꼼꼼하게 따져보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참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네옴시티는 새로운 도전이며, 우리나라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선도 필요하다.

[위즈덤 글로벌] 국제관계에서 벌어지는 중요 이슈 및 글로벌 리더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전시현 기자의 ‘위즈덤 글로벌’로 세상의 소식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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