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원소들이 부르는 노래

종소리 내는 칼슘, 천사의 합창 같은 아연

각기 다른 전자기파의 스펙트럼 패턴

우주, 미시세계 원소의 빛까지 모두 음악으로 구현

<출처: 미국음향학회, 음악 원소 주기율표를 보여주고 있다.>

[객원 에디터 5기 / 황시후 기자] “원소들을 소리로 들을 수는 없을까? 

미국 인디애나 대학 연구원인 워커 스미스는 이 생각을 기반으로 원소들의 음악을 발견했다.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개색깔을 내듯, 원소가 방출하는 빛은 여러 색깔의 빛이 합쳐져 있다. 같은 사과라도 빨간색 초록색에 따라 품종을 결정하듯이, 이는 각 원소의 특성이다. 스미스 연구원은 이 고유한 특성에 기초를 삼아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원소를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도 분류하게끔 위해, 같은 대학 데이비드 클레머 교수 그리고 제이콥스음악학교와 함께 빛 스펙트럼을 실시간으로 음악으로 변환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가시광선 색상 중 보라색은 빨간색의 2배의 주파수를 가진다. 위 컴퓨터 모델은 색상들의 주파수를 축소해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꿔 들려준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전자기파는 분광기에 조사되고 원소의 전자들을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시킨다. 높은 에너지 준위란 전자가 에너지(빛)를 흡수할 때 발생한다. 전자들이 원래 있던 준위로 복귀하면 전자기파의 형태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는 가시광선으로 보이며,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2023년 3월 26일 열린 미국화학회(ACS) 학술대회에서 스미스 연구원은 원소들의 소리를 가시광선의 색들로 변환해 일명 ‘음악 주기율표’를 발표했다 (위 이미지 참고)

<출처: 코딩만물박사 블로그, 높은 에너지 준위의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

스미스 연구원은 “일부 원소에서는 수백에서 수천 개의 주파수가 나오지만, 컴퓨터 모델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화음과 리듬을 만들 수 있다”며 “수소나 헬륨 등 단순한 원소는 간단한 화음을 들려주지만, 칼슘은 리듬감 있는 종소리, 아연은 천사 합창단의 노래를 들려준다”라고 말했다. ACS(American Chemical Society) 유튜브 채널에 가면 이를 들을 수 있다.

< 출처: ACS 유튜브, 원소들의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원소들의 음악은 데이터 변환과 합성을 거친 것으로 실제로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과 음향학 분야에 큰 조명을 받은 이유는 사회적 측면 때문일 수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재현된 소리로 원소들을 느낄 수 있고, 예술인에겐 새로운 창작재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린츠의 누리집(academics.skidmore.edu/blogs/jlinz/)에서는 원자 음을 합성해 만든 원자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수소와 산소의 음계를 이용한 ‘물’이라는 제목의 창작곡도, 탄소와 산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 작품도 있다. 

원소들 뿐만이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 차원에서 과학자들은 빛을 소리로, 예를 들어 우주의 블랙홀, 성운 등의 이미지들을 바꾸는 ‘음성화(sonification)’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우주는 아무 물질이 없는 텅 빈 공간인데 어떻게 소리가 전달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우주에서는 소리가 전달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를 이루고 있는 소립자들이 태양풍등을 통해 여러 방향으로 방사된다면, 소리가 전해질 수도 있다.

< 출처: NASA, 외태양계 연구를 위해 쓰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

우주탐사선 또는 인공위성의 소립자 검출 센서에 들어오는 소립자의 충격이 주파수로 저장되고 가청 주파수로 변환되면,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원소들에 더불어 이 또한 데이터로 변환된 소리이기에,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전자기파의 더 넓은 영역을 듣고 우주를 이해하는 것에 색다른 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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