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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내 상주약사의 부재, 약물 중독에 노출된 노인들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로 약물 오류 심각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해결 방안 마련해야

< Illustration by Hyunju Ahn 2005 ( 안현주 ) >

[객원 에디터 4기 / 서유현 기자] 현재 전국에 있는 요양병원 중 노인들에게 정량의 약을 지급할 상주 약사가 없는 병원의 수가 전체의 58%에 달하면서 노인들이 약물중독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전국 요양병원에는 41만여명의 노인들이 치료를 받고 있고, 요양원에는 23만여명이 입소해 있다. 

대한민국 내 과반수가 넘는 요양병원들이 제대로 된 약사를 고용하지 않은 채 약사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가 약을 제조, 지급 및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공공보건 의료재단의 “2021년 환자 통계 안보”에 의하면 요양병원 내 사고 1위가 낙상 2위가 약물 오류이다. 이처럼 현재 노인 환자의 약물 관련 사고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상주 약사가 없는 한 요양병원에서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과도한 약과 수면제를 처방해 치매와 욕창에 걸린 환자들이 발생했다. 이 환자들은 과도한 약과 수면제 때문에 엉덩이와 고관절 부위의 피부가 괴사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정도의 욕창에 걸렸다. 고령의 환자들에게 투여했던 약들은 FDA (미국 식약청)에서 노인에게 투약 시 위험성을 경고한 19가지 항정신병제였다. 이처럼 정확한 지식이 없는 무자격자들이 약을 제조하고 관리하는 일들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대한약사회·한국병원약사회와 공동으로 ‘요양병원 의약품 관리 강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대 약대 이주연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7개 요양병원 입원 노인 466명의 평균 복용 약물 수는 11개라고 발표했다. 5개 이상 다약제 복용자가 93%, 10개 이상은 62%를 차지했다. 약물남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현행법상 요양병원 내 시간제 약사를 두는 것은 범법행위가 아니며 약 500~800개의 병상당 약사를 1명만 배정하는 것이 허용될 정도로 요양병원 내 약 제조 및 관리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다.  한국병원약사회가 올해 전국 23개 요양병원을 조사했더니 200병상 이하 병원 약사는 하루 5시간만 근무했고, 약제 부서에 약사가 0.62명, 비(非) 약사가 1.2명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병원약사회 이영희 회장은 “이러한 현행 법령을 가지고 과연 요양병원 내 약 관리가 잘 이루어지겠냐”라고 비판을 하기도 하였다. 무자격자에 의한 약 조제를 감시 및 파악할 수 있는 환자 안전 시스템도 현재로서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불법 조제 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불법 조제 행위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를 처벌하기 위한 마땅한 법안이 제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요양병원 이용자의 수가 많아지고 있지만 위와 같은 현상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요양병원을 기피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양병원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요양병원 내 약물 관리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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