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왜 못막고 죽어야 끝나나”… ‘데이트 폭력’으로 죽어가는 여성들

신변보호받던 여성 신고하고도 피살되자 비판거세

경찰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 대응 시스템 개선할 것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 매해 증가

전문가 “적극적인 정책 필요”

<PIXABAY 제공>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데이트 폭력으로 신변 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가운데 이를 막지 못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여성은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급히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기기 결함 등으로 인해 피해자 주거지로부터 500여m 떨어진 곳에서 10여분을 허비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0일 낮 12시 40분께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A 씨의 전 남자 친구인 30대 B 씨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전날 살해된 여성은 피의자와 맞닥뜨린 후 바로 스마트워치를 작동했지만, 1차 기지국 위치값만 잡히고 와이파이나 위성 위치값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습을 당한 뒤 두 번째로 신고 버튼을 눌렀을 때도 2차 위치값은 잡히지 않아 첫 신고부터 출동까지 12분이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기기결함은 아니고 현행 위치추적시스템의 한계”라며 “보통 위치추적은 셀 방식을 이용하는데 오차 범위가 크다. 지역에 따라 다른데 최대 2㎞ 정도로 본다”라고 말했다. 

신변보호자가 스마트워치로 긴급 구조 요청을 하더라도 위치정보 오차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을 재점검하고, 특히 시범 운영 중인 신변보호 위치확인 시스템에 대해서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지난달부터 위치추적 시간을 3초 내로 줄이고, 오차범위는 50m 이내로 줄이는 위치확인 시스템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한편,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착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112에 자동 긴급 신고돼 실시간으로 위치가 확인되는 장비로 2015년 10월에 처음 도입했다. 

최근 데이트 폭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네티즌들은 “자고 일어나면 데이트 폭력 뉴스다. 정말 막을 방법이 없나. 왜 매번 피해자가 죽고서야 끝나는 것인가”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 남자 친구가 집요하게 연락하거나 위협해도 가벼운 경고나 경범죄 처벌밖에 받지 않는다.

데이트 폭력에는 팔목을 움켜잡거나 때리는 등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 데이트 비용 요구, 휴대전화 점검, 옷차림 통제 등도 포함된다.

경찰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 8671건 ▲2019년 1만 9940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데이트 폭력 관련 사건이 하루 54건 넘게 신고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의 원인으로 가해자 개개인의 비뚤어진 소유욕과 성인지 감수성 부족, 연인들 간 다툼을 가볍고 관대하게만 보는 사회통념 등을 꼽았다. 

가해자들은 범행 동기로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 58명(29.6%) ▲’홧김에’·’싸우다가 우발적으로’ 58명(29.6%)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25명(12.8%) ▲’자신을 무시해서’ 17명(8.7%)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3명(1.5%) 등을 진술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을 겪은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폭력을 당한 이후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2018년 서울에 사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체적 폭력을 겪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이들은 데이트 폭력의 원인으로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 ‘여성 혐오 분위기 확산'(11.9%)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정혜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여성정책연구팀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개인 문제로 다루어져 온 경향이 컸다”며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이자 젠더폭력이라는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데이트 폭력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성인지 감수성과 폭력 허용적 문화 개선이 생활화돼야 데이트 폭력을 방지하고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