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오펜하이머, ‘세상의 파괴자’ 원자폭탄을 개발하다

과학자의 윤리를 대표하는 오펜하이머 

원자폭탄의 원리 

맨해튼 프로젝트

<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갈무리 >

[객원에디터 기자 5기 / 황시후 기자] 영화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18일 기준, 개봉 3일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핵무기를 개발한 과학자의 이야기가 광복절에 개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높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인류에게 핵무기란 어떤 의미일까? 

신무기의 기원은 기원전 2500년 철기의 등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낫, 도끼, 칼부터 1320년대 화약을 이용한 대포, 1898 미국-스페인 전쟁에서의 개틀링 총(연속 사격이 가능한 총), 일제강점기 독립군에게 “생명과도 같은 존재”가 된 권총과 수류탄 등 ‘우수’ 무기들은 전쟁이 잦았던 역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고 전 전쟁기념관 김대중 학예원구원은 말했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베르사유 조약을 예시로 들어보면 패배한 독일의 공군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공군 즉, 제트기와 같은 더 강력한 무기가 군사 분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며 참전국인 미국과 독일도 무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당시 핵물리학이 발달했던 독일의 화학자 오토 한(Otto Hahn)이 진행한 우라늄의 중성자 충돌 실험에서 우라늄이 바륨과 크립톤으로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분열 및 관측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전쟁부의 수뇌들은 나치 독일의 신무기가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나치를 피해 미국에 있던 유럽의 과학자들, 동맹국인 영국과 캐나다와 공동으로 본격적인 원자폭탄 개발에 나선다. 이 실험은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지며,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J. Robert Oppenheimer),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닐스 보어(Aage Niels Bohr),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등 수백 명의 쟁쟁한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맨해튼 프로젝트는 연합국에 있어 큰 성공이었고, 이는 ‘양날의 칼’과 같은 영향을 지녀, 영감을 받은 여러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2005년에 출간한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비롯해 2023년 8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도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오펜하이머를 그려냈다.

< 출처: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 모인 맨해튼 계획에 참가한 물리학자들>

원자폭탄, 핵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핵폭탄의 기반은 핵분열이다. 핵분열은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해 많은 에너지와 2-3개의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 2개로 쪼개지는 현상을 말하며, 이때 큰 에너지가 방출되는 점을 이용하여 이 반응을 연속적으로 일으키면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에 자연방사성 우라늄을 가지고 핵폭탄 개발에 나선다. 동위원소인 우라늄의 99.284%는 238U이고, 핵연료로 쓸모 있는 235U는 고작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둘은 우라늄 238이 약간 더 무겁다는 성질을 빼고는 똑같은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우라늄 235만 분리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수단(천연 우라늄을 기체로 바꿔 구멍이 뚫린 칸막이로 불었을 때 우라늄 235가 더 빨리 퍼져나가는 방법)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35U를 93%가량으로 농축시키기 위해서는 기체확산법을 5천 번 이상 반복해야 했는데, 이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로스앨러모스에 거대한 연구소를 세워 진행했다.

핵분열을 연쇄적으로 일으키기 위해서는 방출된 2개의 원자핵을 방출된 중성자와 충돌시키고, 이제 4개가 된 원자핵을 4개의 중성자와 충돌, 8개의 원자핵을 만드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연쇄반응을 지속시키기 위해 농축된 우라늄 235가 특정 최소량 이상으로 뭉쳐있어야 하는 것임을 밝혀냈다. 이 최소량은 ‘임계질량’이라고 불렸는데, 이는 핵폭탄의 핵심이었다. 조금만 이 치수를 넘어도 폭발하기에, 계산에 의존해 임계질량을 구하기는 수년이 결렸고, 결과적으로 밝혀낸 임계질량은 20kg가 넘었다고 한다. 사용된 원자폭탄은 포신형으로, 우라늄 10kg을 한쪽 끝에, 나머지 우라늄과 일반 화약을 조금 떨어지게 놓고, 일반 화약을 터뜨려 두 개의 우라늄을 합쳐 폭발시키는 원리로 작동했다. 

이후 238U이 중성자과 결합 시 원자번호 94의 새로운 원소 플루토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우라늄 235와 같이 핵분열을 하지만 더 활발하고 화학적으로 분리가 가능해 원자폭탄에 적합했다. 최종적으로 연합국의 원자폭탄은 플루토늄 239를 이용했다. 이때 내폭형 폭탄 – 플루토늄을 중앙에 위치시키고 원형으로 일반 화약을 놓아 압력에 의해 239Pu가 임계점에 도달하며 폭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 출처: U.S. National Archives, 원폭 이후 히로시마를 보여준다. >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주에서 진행된 첫 원자폭탄 실험, 트리니티는 연합국의 승리를 점쳤다. 그리고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원자 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다. 순간 섭씨 6000만 도에 육박하는 열과 방사선원은 14만 명의 목숨을 단숨에 앗아가고, 암, 유전적 돌연변이등 셀 수 없이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과학은 ‘양날의 검’과 같다. 국가는 군사 분쟁에서 막대한 힘과 영향력을 주는 무기를 가지게 되었지만, 총책임자 오펜하이머의 말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처럼 국가를, 세계를 단 몇 초만에 파괴할 수 있는 신무기의 시대 또한 열렸다.

< 출처: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원자폭탄 보유국과 보유 숫자를 보여준다. >

2023년 현재, 많은 국가들이 수소폭탄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수소 폭탄도 원자폭탄과 비슷하게 작동하나, 전문가들은 원자폭탄의 상위 버전이라고 말한다. 9개의 핵보유국 모두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만약 사용될 시 원자폭탄의 수백 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일본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이케우치 사토루는 원자력 발전을 반윤리적이라고 규정한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렸던 오펜하이머 조차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 무기에 대해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고 수소폭탄 개발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더불어 원자폭탄을 “대단히 끔찍한 무기”라 칭하며 수십 년 동안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해 온 과학이 “과연 인간에게 유익하기만 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과학의 발전, 과연 유익하기만 할까? 과학자의 윤리 의식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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