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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플래티넘 주빌리와 왕실 폐지 여론

< Illustration by Bomin Kim >

[객원 에디터 3기/김유현 기자] 2022년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맞이해 영국 전역에서 2일(현지 시각)부터 4일간 플래티넘 주빌리가 열렸다. 즉위 7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여왕은 감사 인사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외신은 축제의 상당 부분 여왕이 참석하지 못한 채 진행된 점에 주목했다.

플래티넘 주빌리는 전 국민이 동참하는 성대한 기념식인 만큼 영국의 거리는 온통 유니언 잭이 걸렸고 상점마다 설치물들이 생겨나며 축제 분위기였다. 또한 영국의 플래티넘 주빌리는 왕실 근위대 장교 말 350 필을 비롯해 공군 비행단을 동원하여 버킹엄궁에서 출발하는 ‘트루핑 더 컬러’ 퍼레이드부터 시작하여 런던 전역을 행진하는 ‘주빌리 페전트’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더불어, 영국과 영연방 전역에서 축하 등불 3,000개 이상이 밝혀졌고 버킹엄궁 외부에 특별히 마련된 대형 나무 모양 조형물인 ‘트리스 오브 트리스’에도 등불이 켜졌다.

< PIXABAY 제공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2년 25세의 나이로 왕위를 계승 받아 현재 96세까지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영국 역사상 재위 기간이 가장 긴 군주이다. 왕실은 세계 2차대전 당시 국가를 지켜낸 왕가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에서는 한발 물러나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왕으로서 전통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이미지를 구축하여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 인기와는 별개로 왕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1일 조사에 따르면 ‘100년 후에도 군주제가 유지될 것인가’란 질문에 41%의 응답자만 “그렇다”고 답했다. 10년 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는데, 점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18~24세 젊은층은 33%만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군주제가 영국에 이롭다’는 응답도 2012년 73%에서 올해 56%로 줄었다.

무엇보다 차기 국왕으로 유력한 찰스 왕세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그는 불륜 등 불화로 정비였던 다이애나와 이혼 후 내연녀인 카밀라와 재혼하였다. 이후 파파라치를 피하던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소식에 왕실을 향한 여론은 극악으로 치달았다. 차남 앤드류 왕자는 과거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가 드러나 올해 1월 재판 이후 10여 개의 직함, 왕실 후원 자격, 전하 호칭을 박탈당했다. 손자 해리 왕손은 왕실 나 자신의 부인 매건에 대한 인종 차별 폭로 후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 외에도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9%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에 달한다.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서민들의 생활도 힘들어지는 와중에 화려한 왕실 생활을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왕실 일가가 쓰는 돈 ‘왕실 교부금(sovereign grant)’은 2012년 3240만 파운드였지만 지난해 8630만 파운드(약 1350억 원)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세금낭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여왕은 주빌리 마지막 날 당분간은 자신이 계속 왕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국 가디언지는 여왕이 후계자에게 임무를 많이 나눠주겠지만 왕위 승계는 여왕 사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재까지 장기 재위 군주 1위 기록은 72년 110일로, 프랑스 루이 14세가 갖고 있다. 따라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앞으로 714일, 즉, 1년 11개월여를 더 재위하면 1위 기록마저 경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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