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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소리 없는 종자전쟁∙∙∙ 한국의 식량 주권은?

[ 객원 에디터 6기 / 김정서 기자] 전 세계는 현재 종자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종자전쟁이란 농수산물의 종자 및 품종의 수집과 보존,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한 식품 종의 종자 개발과 공급 문제를 두고 국가나 기업 간에 정치적, 경제적인 대립이 격화된 상황을 말한다.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식량 안보에 비상등이 켜지자 종자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종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량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농작물 생산과 농식품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일명 농업의 반도체라고도 불리는 종자는 국가 간 농업의 핵심 요소이며 전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큰 미래형 수출전략산업이다. 따라서 종자 경쟁력과 식량 주권 확보는 비례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세계 종자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가 2위를 두고 다투는 중이다. 반면 한국이 세계 종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지난 6월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종자 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449억 달러(원화 64조 원)였으며, 2027년에는 546억 달러(원화 7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벼, 보리 등은 100% 자급하고 있지만 채소류, 과수, 화훼 등은 약 900억에 달하는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하며 수입해 오고 있다. 

한국은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해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법적·제도적 권리를 전 세계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59개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해 해당 국가들과 보다 편리하게 무역을 해 나가고 있다. FTA에 대해 국내 농업 시장의 축소를 촉진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농가가 우수품종을 육성하고 우량종자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여론 또한 존재한다. 

농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3차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는 종자 산업에 많은 자본을 투자할 예정이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 디지털 육종 등의 신기술 활용 △ 스마트팜에 특화된 핵심 종자 개발 △ 화훼 품종 개발 등에 집중할 전망이다. 또한  종자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정부의 농업 관련 정보를 민간업체에 개방해 다양한 유전체 정보 등을 수집 및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에서 개발된 ‘미스김라일락’은 과거 한국에서 반출된 바 있다. ‘미스김라일락’은 진한 향기와 꽃이 오래 피어있다는 장점 덕에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미스김라일락’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수입해 오고 있다. 한국이 국내 종자를 반출하지 않았더라면 큰 경제적 이윤을 창출했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종자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종자 연구의 결과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과 녹색 장미, ‘그린뷰티’ 등을 개발했으며, 농촌진흥청은 감귤 ‘탐나는 봉’을 개발하기도 했다. ‘탐나는 봉’은 ‘한라봉’의 대체품종으로 거론된 바 있으며, 미국 진출 이후 2035년까지 약 3억 6,0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식량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각국은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데에 몰두해야 한다.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세계 농업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가가 추후 강국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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