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이 없이도 사랑이 가능하다?

<Illustration by Ryeowon Kim 2007(김려원) >

[객원 에디터 5기 / 이채은 기자]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신경조절물질로 작용한다. 사랑의 원인과 결과로써 작용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타인과 정서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지난 40년간 사회적 애착 발달의 주요 경로로 제시되어 왔다. 옥시토신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작용한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사랑의 원인으로서 작용하는 옥시토신 없이도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데버넌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옥시토신을 인식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초원 들쥐가 가족 관계, 즉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뉴런’에 밝혔다. 

초원 들쥐는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 그 관계를 유지한다. 2013년에 진행된 이전 연구에서는 이 행동이 옥시토신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플로리다 주립대의 연구에서는 옥시토신을 인식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초원 들쥐가 교미 후 상대에게 흥미를 잃고 다른 상대를 찾았기 때문이다. 또한 옥시토신을 분비하지 못하는 암컷은 젖 분비를 하지 못해 새끼가 굶어 죽었다.

하지만 10년 뒤, 이번 실험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초원 들쥐가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교정했다. 초원 들쥐 수정란에서 옥시토신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단백질을 제거한 후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했다. 그 후 21일간 일반 초원 들쥐 부부와 함께 관찰했다. 그 결과로 옥시토신의 분비를 억제한 초원 들쥐 부부와 일반 부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옥시토신의 분비를 억제했더라도 정상적인 애착 관계를 유지했다. 어미 초원 들쥐는 젖을 떼는 시기까지 수유를 성공했다. 마놀리 박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실험했는데도 옥시토신 수용 능력이 없는 들쥐가 정상 들쥐만큼 짝에 대한 강력한 애착을 보였다는 것에 충격받았다.”라고 했다. 

들쥐 옥시토신 연구의 선구자인 버지니아대학 수 카터 교수도 당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임신 단계에서 결핍되면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도록 다른 체계가 이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체에서 갑자기 옥시토신 신호 체계가 차단됐을 때는 작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편으로 2004년 에모리 대학의 래리 영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옥시토신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바소프레신이 사랑 호르몬 역할을 대체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래리 영 교수의 실험에서는 암컷 초원 들쥐가 짝짓기를 하면서 바소프레신을 분비하고, 이 호르몬이 바람둥이 수컷을 헌신적인 남편으로 바꾸게 만들었다고 했다. 래리 영 교수도 독자적으로 데버넌드 교수 연구팀과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지만, 아직 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옥시토신 수용 능력을 없앤 변이 들쥐들이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뿐만 아니라 출산, 양육, 젖 분비 등과도 관련이 있는지 관찰하였다. 변이 들쥐 부부는 일반 들쥐 부부처럼 새끼를 낳고 일상적인 양육 행동을 하였으며 젖 분비까지 할 수 있었다. 다만 젖 분비량이 일반 들쥐보다 적었으며, 이로 인해 이유기까지 성장하는 들쥐 새끼의 수가 적었고, 몸의 크기도 더 작았다. 

<Neuron 제공>

이번 연구와 10년 전의 연구의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은 유전자 교정 기술의 정확도와 약물의 차이로 분석되고 있다. 마놀리 박사는 약물은 여러 수용체와 결합해 어떤 결합이 효과를 낳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오염될 수 있지만,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한 수용체를 정확히 제거해 신호 경로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앞선 연구에서 초원 생쥐가 성체가 된 후에 유전자를 제거한 반면에, 이번 연구에서는 초원 생쥐가 태아 단계에 있을 때 유전자를 제거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옥시토신은 지난 10년간 자폐증과 조현병과 같은 사회적 인지 장애의 치료제로 주목받을 만큼 애착 형성에 중요한 물질로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서 사회적 행동 같이 미묘하고 복잡한 것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은 없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서 단일 경로나 분자가 사회적 애착을 결정한다는 너무 단순한 모델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말하며 이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도 사회적 동물이 생존하기 위해 애착을 갖는 중요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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