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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번아웃 주요 요인은 “과로”

직장인, 학생, 자영업자, 프리랜서, 주부 등 번아웃 증상 호소

무작정 긍정 사고 다그치기보다 관점 바꿔 회복탄력성 키워야

< Illustration by Haewon Choi >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동아일보와 설문 플랫폼 ‘틸리언 프로’가 공동으로 20∼60대 남녀 154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7%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30대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경우 43.9%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다른 세대보다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학업 스트레스에 노출된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2020년 교복업체 ‘㈜형지엘리트’가 10대 청소년 3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업으로 인해 무기력과 싫증, 짜증, 불안 등 ‘번아웃 증후군’을 겪은 학생도 66% 수준이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정신적, 신체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으로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번아웃 증후군의 흔한 증상으로는 짜증, 피로, 두통, 에너지 고갈, 회의감, 무기력, 등이 있으며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직장, 사회적으로 번질 수 있으므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 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번아웃은 공식적인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평가된다. 번아웃이 심해지면 불안 장애나 불면, 우울 장애로 갈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번아웃을 겪었다고 응답한 이들은 번아웃 증상으로(복수 응답)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43.4%) ‘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하고 우울하다’(43.0%)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쳐 있다’(37.7%) ‘이전에는 괜찮던 일에 짜증이 나고 불안해진다’(35.1%) 등의 다양한 병리적 증상을 토로했다.

학생 중 79%는 학업 때문에 괴롭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53%)’였고 ‘부모님의 기대(18%)’, ‘부족한 수면(11%)’ 등도 순위에 올랐다. 학교 정규수업 시간을 제외한 학생들의 하루 평균 공부시간은 ‘3시간 이내(24%)’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최소 4시간 30분~5시간 50분이 정규수업 시간이고, 그 외 야간 자율학습(야자)·방과 후 활동 등을 포함하면 하루의 절반가량을 공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또한 수면과 식사시간을 제외한 하루 평균 휴식·자유시간은 ‘3시간 이내(25%)’, ‘2시간 이내(24%)’, ‘4시간 이내(24%)’ 순으로 많았다. 

20대 경우는 남들과의 비교(39.8%)와 완벽주의적 성향(35.0%)을 가장 많이 꼽았다. 30대에서는 성공에 대한 압박(35.5%)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MZ세대가 조기교육과 입시, 취업의 무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과거에 비해 번아웃을 빨리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설문 응답자인 A 씨(26)는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면서 취업에 성공한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됐고 늘 무기력한 상태가 됐다”라고 했다. 사무직 여성 B 씨(32) 역시 “비전이 없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소화불량과 만성피로가 왔다”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은 직장에서 약 7.8시간을 보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OECD 평균치인 1500시간을 압도하는 ‘과로 사회’였다. 디지털화는 또 다른 복병이 됐다. 퇴근 후나 휴가 중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급한 업무 연락을 받는 이들이 많아졌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번아웃 극복을 위해서는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능력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부정적 상황에 대해 관점을 전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대다수가 무기력을 겪는 만큼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라고 했다. 윤 교수는 “지금 지쳐 있는 이들에게 무작정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고 다그치기보다 부정적 감정을 멀리하고 가치 중심적인 사고를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번아웃 증후군의 극복법으론 충분한 수면 취하기, 규칙적인 운동하기, 취미 생활하기, 친구, 가족들과 대화 나누기, 술, 담배, 카페인 끊기 등이 있다. 무엇보다 과도한 업무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게 좋다. 

번아웃이 온 사람일수록 유럽 일주나 제주 몇 달 살기처럼 화끈한 계획을 찾기 쉽지만 큰 휴식보다 일상 속의 작은 쉼을 조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상에서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산책과 명상을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등 의도적으로 일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을 10분이라도 갖는 게 좋다. 

어려움을 털어놓고 공감받을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극단적 무력감은 막을 수 있다.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 ‘힐링 노트’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두고 분기에 하나씩 실천하는 습관을 가지면 우울감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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