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토네이도, 야근하던 양초공장 덮쳐 인명피해 속출
미국 강력한 토네이도로 80명 이상의 사망자
이례적인 겨울철 토네이도, 지구 온난화가 원인
[객원에디터 2기 / 정수연 기자] 지난 11일, 수십 개의 토네이도가 미국 중서부의 약 400km 구간을 강타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최소 30개의 토네이도가 아칸소, 일리노이, 미주리 테네시 등 중부의 6개 주를 휩쓸었고 8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디 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켄터키 역사상 최악의, 가장 파괴적인, 가장 치명적인 토네이도라고 전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까지 켄터키주에서 70명 이상이 숨지고 1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특히 켄터키주 메이필드 시, 한 양초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약 110여 명 중 수십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양초 공장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늘어난 주문 물량을 충족하기 위해 밤새 야근을 하던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갇혀 있었다. 일부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토네이도 경보를 듣고 작업자들이 피신하려 했지만 관리자들이 작업장으로 돌아가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또 이곳에서 근무하는 엘리자 존슨은 작업장을 떠나 피신한다면 해고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첫 경보 이후 토네이도가 닥치기까지 세네 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계속해서 늦어진 대피가 더 큰 인명피해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양초 공장 측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라며 직원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켄터키주 정부는 이 공장의 안전 규정 위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큰 규모의 피해를 입힌 이번 토네이도는 아칸소에서 켄터키까지 약 402km 이상을 지나갈 것으로 예정되어있다. 이전 최장 기록이었던 352km에 비해 약 50km가량이 더 긴 역대 최장 경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기후 현상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지구 온실효과로 상승한 지구 기온이 토네이도 발생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 관리국(NOAA)과 국립기상청(NWS) 폭풍 예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역대 사망자 수가 많았던 토네이도 15개 가운데 12월에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토네이도가 강타하기 직전 미국 남부 지역에서 12월 기온 21-26도로 늦봄,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됨에 따라 따뜻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한랭전선과 만나면서 폭우가 형성돼 토네이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노던일리노이 대학교 기상학 교수 빅터 젠시니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이번 토네이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실히 밝히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12월 이상고온 현상이나 라니냐 등이 토네이도 발생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피해상황을 보고받은 즉시 신속한 지원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트위터를 통해 이런 심각한 폭풍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비극이라며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