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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선언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의 이유로 실리콘밸리은행 폐쇄 선언 

실리콘밸리의 주 고객인 스타트업과 IT 기업들 위기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5기 / 한도아 기자] Fed가 선정한 2022년 미국 대형은행 16위이자,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2023년 3월 10일에 파산했다. 세계 각국의 유동성을 책임져온 SVB은행인만큼, 이 사태의 규모는 2008년 금융 위기 때 붕괴한 워싱턴 뮤추얼 은행 이후로 역사상 두 번째로 크다. 

SVB가 몰락한 원인은 투자방식과 금리인상 여파이다. SVB는 사람들이 맡겨놓은 예금을 다른 소비자들에게 이자를 받아서 대출해 주는 방식보다는 국채, 주택저당증권 등 장기 자산 투자 방식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이렇게 초과 현금을 채권에 투자하여 SVB의 증권 보유액은 1년 사이에 다섯 배나 늘었고, 매입한 증권의 잔액이 1,280억 달러, 즉, 보유자산 대비 증권 투자 비율이 55%로, 미국 은행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는 비교적 안정 자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작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발목을 잡았다. 연준은 2022년에만 기준금리를 총 7차례나 인상했다. 2022년 1월에는 0.25%이었던 기준금리가 5월에는 빅스텝(금리 0.5% P 인상)을, 6월부터 11월까지는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 P 인상)을 밟으며 11월에는 4.00%에 도달했다. 금리가 대폭 인상되면서 돈을 맡기기 위해 오는 기업들은 줄고, 돈을 맡겨놓은 기업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SVB는 기업에게 돌려줘야 할 돈은 부족했다. 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사놓은 채권을 파는 방법밖에 없는데, 문제는 금리와 반비례 관계인 채권 가격이었다. 연준이 2022년 금리를 폭등시키면서, 채권의 가격은 반대로 폭락했다. 하지만 예금을 돌려줘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SVB는 과거에 높은 가격으로 사놓았던 채권을 낮은 가격에 손해를 보며 팔아야 했다.

SVB에서 밝힌 바로는, 연준이 기준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해, 고객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돈을 맡기는 기업도 줄어든 것이 유동성 위기로 이끌었다고 한다. 유동성이란 자금을 가치 하락 없이 쉽고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인데, 유동성 위기상태가 되면 필요한 자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지급불능 상태가 된다. 그래서 거래하는 상대와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신뢰성을 잃은 예금주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인출되는 예금이 폭등하면서, SVB 파산 사태에 나타난 뱅크런과 같은 결과를 초래시킬 수 있다.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대출, 채권, 그리고 주식 발행이다. SVB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3월 8일, 20억 달러 이상의 주식 발행을 실행하겠다는 것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SVB의 주가는 폭락했고, 예금주들은 은행이 몰락할 것이 두려워 예금해 놓은 돈을 찾으며 뱅크런 사태가 악화하였다. 발표를 한 다음 날인 3월 9일, 고객들은 24시간 만에 420억 달러를 인출했고, 결국 SVB는 3월 10일 파산 절차를 밟았다. 

SVB 파산으로 미정부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미 재무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며 손실을 부담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FDIC는 샌타클래라 국립예금보호은행(DINB)을 설립하였고, SVB의 예금을 DINB로 이전했다. 이 예금은 13일부터 완전히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예금자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예금은 배당금을 지급하며, 나머지 자금은 파산관재인이 발행한 채권증서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FDIC는 전했다. 

SVB가 파산하면서 그 영향이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미 증권사 센터장들은 대부분 SVB 파산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로부터 철저히 관리해 왔기 때문에 “은행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지방은행 같은 경우는 재무 상태가 약하기 때문에 SVB에 잇따라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부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SVB에 노출된 정도가 높은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 SVB 지점은 미국 지점이 파산 선언을 한 다음 날 11일,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그리고 180개의 기업은 영국 재무장관에게 “월요일에 위기가 시작될 것이므로 당국이 지금 막아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뿐만 아니라, SVB의 파산 영향이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등 많은 나라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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