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 상호주의

외교관계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상호주의 현상

< Illustration by Junhee Choi 2005( 최준희) >

[객원 에디터 4기/ 이하은 기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호주의에 의거해’와 같이 우리는 뉴스 기사에서 ‘상호주의’라는 용어를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9월, 국방부도 입장을 밝힐 때 ‘남북 간 9·19 군사합의와 관련해 북한이 합의를 위반 시에는 상호주의 원칙을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그럼 과연 상호주의는 무엇일까? 

먼저 상호주의의 기초가 되는 ‘상호성’은 심리학에서 ‘양자관계에서 한쪽의 행동대로 다른 쪽이 대응하는 원리’를 뜻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경우 보상을 요구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또한 대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도 호의나 도움을 받은 사람은 마치 부채의식과도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서로 은혜를 주고받는다는 뜻의 호혜성 원리, 호혜주의로도 칭해진다. 그래서 부정적인 상황 역시 이를 돌려주고 싶어 하는 적대감을 가져온다.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같은 속담이나 상부상조 문화가 사회적인 상호성이 강한 한국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상호성은 상호 교감하고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외교 관계에서의 상호주의도 이와 같다. 국립국어원은 상호주의를 ‘수출입품의 제한ㆍ관세ㆍ기업 활동과 금융의 자유화 따위에 대한 결정은 상대국이 자국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 원리’라고 정의한다. 상대국 정책에 따라 동일한 행동을 취하거나, 등가 가치를 가진 것을 교환하는 외교 원칙이다. 이에 따라 경제, 사회적 정책, 의전 등 다양한 것들이 결정된다. 대사 교환이나 의전의 수준 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만, 대부분 각국의 결정은 상대국의 정책, 상대국과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고려한다.

상호주의 원칙을 가장 엄격하게 지키며, 표면 위로 드러내 보여주는 예는 대사를 교환하거나 추방하는 문제이다. 한 나라가 대사를 파견하면, 이에 응해 상대국도 대사를 파견하는 것이 원칙이다. 두 나라 간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이에 대한 표시로 대사를 추방하기도 한다. 미국이 작년 12월  3년 이상 체류한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자, 러시아도 이에 상응해 대응한다며 미국 대사관 직원들 중 3년 이상 근무한 이들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와 미국은 서로를 ‘비우호국’, 비자 업무 처리가 어려운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프랑스의 외교부 장관이 말리의 군부 정권 상황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말을 한 이후 말리에서 프랑스 대사가 추방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이후 4월 부차에서 일어난 대학살, 전쟁 중 민간인 상대 잔혹행위 등을 이유로 미국과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프랑스, 독일, 리투아니아 및 많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대사와 외교관들을 추방하였고, 러시아도 이에 따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대사들을 추방하였다.

대사 교환 외에도  상호주의는 나라 간 외교 관계에서 기초적인 원칙으로, 외교적인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알고 뉴스를 볼 때, 각 나라의 정치적 행보가 어떤 사건에 대응하는 것인지, 또는 어떠한 반응을 기대하고 계획된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