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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와 가재도 동물보호법에 적용해야 하나?

덜 고통 받는 방법으로 죽여야

영국, 동물의 정의에 무척추동물도 포함

< PIXABAY 제공 >

[해외 특파원 1기 | 박가영 기자] 영국 정부가 문어와 게, 바닷가재 등을 동물복지법에 포함하면서 ‘동물’의 범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이 정의하는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이다. 최근, 문어 등의 경우 무척추동물이지만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여러 연구 결과 확인됐다. 이것이 보호 대상 동물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런던정치경제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오징어와 문어 등이 속한 ‘두족류’와 게, 바닷가재가 속한 ‘십각류’를 동물복지법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추신경계를 통해 문어나 게 등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영국은 척추동물에만 적용되는 현행법에 대해 랍스터나 게, 문어, 오징어 등 무척추동물까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요리사와 어부는 해산물을 삶기 전에 전기 충격이나 냉동 등의 방식으로 기절시키거나 죽여야 한다. 해산물을 산 채로 배송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미 스위스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스위스는 2019년 1월,「동물보호법을 개정하여 게, 새우, 바닷가재 등 갑각류를 끓는 물에 산 채로 넣어서 요리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바닷가재를 얼음 위에 올려 운반하는 것도 금지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노르웨이에서도 연어를 절단하기 전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마취한 뒤 전기충격을 가해야 한다. 2017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바닷가재의 집게발을 끈으로 고정하고 얼음 위에 올려둔 피렌체의 한 레스토랑에 5000유로(약 670만 원) 상당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한편, 두족류는 척추가 없고 몸이 연하며 체절이 없는 연체동물 가운데 다리(팔)가 머리에 달려있는 동물 종류를 말한다. 오징어, 갑오징어, 꼴뚜기, 문어, 낙지, 앵무조개 등이 포함된다. 갑각류는 게, 바닷가재, 대하, 새우, 크릴새우, 쥐며느리, 따개비 등과 같은 절지동물을 말한다.

한국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안이 입법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척추동물만을 법 적용 대상으로 하며, 동물의 ‘고통’보다는 ‘식용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개체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문어나 게를 동물보호법이 보호하는 동물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동물복지정책을 다루는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동물보호법 보완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무척추동물을 동물의 범위에 포함할지 등을 검토했다”며 “다만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다. 동물의 정의를 어떻게 확대할지는 여러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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