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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올림픽 파견은 곤란합니다’… 일본, 의료붕괴 속 올림픽 열 것인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일방적인 통보

계속되는 트위터 시위 

[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 지난달 9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대회 기간에 자원봉사 차원으로 간호사 50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일본 간호협회에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왜 500명의 간호사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간호사의 ‘자원봉사’ 형태의 요청이었다. 

이에 현직 간호사들은 3월 28일 오후 2시부터 SNS을 통해 그들의 심정을 알리고 있다. #간호사의 올림픽 파견은 곤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그들은 “간호사를 파견해야 할 곳은 올림픽이 아닌 의료 현장이다”, “간호사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 있어 최대의 지원은 올림픽 중단”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 트위터 시위는 5월 2일, 닷새만에 33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일본 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연일 5~6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기존 감염자 대응 업무 등 수요가 급증하는 유전자 증폭 (PCR) 검사와 백신 접종 등으로 간호사는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 때문에 만약 올림픽에 간호사가 많이 투입이 되었을 경우 지역 의료 체제 운영상의 차질이 심화될 거란 우려가 크다. 특히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간호사들이 ‘올림픽 차출’이 현실화할 경우 ‘대량 퇴직 사태’를 일으킬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는 데는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는 것 외에 구조적 이유가 있다. 일본 정부 통계에 2019년 말 간호 자격을 보유한 사람은 121만여 명인데 그중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잠재 간호사가 무려 70만 명으로 추정된다. 흔히 장롱면허라고도 불리는 이 사람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결혼과 출산, 육아, 간병 등의 이유로 일터를 떠난 간호사 들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재 간호사의 복직을 지원할 방침이었지만, 그들의 소재를 몰라 해결할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는 지방자치단체에 2년에 한 번씩 주소와 근무처 등을 신고하게 되어 있으나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벌금이 없다. 때문에 잠재 간호사 가운데 소재지가 등록된 사람은 18.5%밖에 안되며, 그중 연락처가 바뀐 사람이 상당수이다. 결국 7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잠재 간호사 가운데 무려 80% 이상이 사라진 존재가 된 것과 같다.

한편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의료체계 구축 문제를 놓고 정부 내 분열상까지 노출되었다. 그 중심엔 정부를 대표하는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 담당상(장관)과, 개최 도시를 대표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있었다.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마루키와 올림픽상은 올림픽 기간 중 도쿄도의 의료 체제에 대해 “개최 당사자로서 어떻게 할 작정인지 알려달라. 도쿄도는 어떻게 책임을 완수할 거냐. 정부가 도와야 할지 매우 당황스럽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에 고이케 지사는 기자들에게 “이미 실무선에선 의견을 나누고 있다”라며 역공을 폈다. 이 두 사람의 장외 싸움에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이런 상황에선 코로나 19로 고통받는 사회 구성원에게 올림픽 개최를 응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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