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모델… AI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
가상인간 로지, 로아, 광고 모델로 활동
광고모델, 쇼호스트, 은행원 등 일자리 잃을 가능성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최근 가상인간 로지에 이어 ‘로아’가 출격하면서 가상인간 열풍이 불고 있다. 현실 세계 속 가상인간들의 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가상의 존재들이 인간 고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가상인간 로지가 쉐보레의 첫 전기 SUV 차량 ‘볼트 EUV’의 광고 모델로 선정되었다. 완성차업계가 가상인간을 광고 모델로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 광고에서는 로지의 목소리도 공개되는데 쉐보레 관계자는 “로지는 가상의 인물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시대에 만끽하기 어려운 일상의 즐거움을 보여줄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지는 지난해 8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전문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가상인간이다. MZ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만들었으며 동양적인 얼굴에 서구적인 체형을 지녔다. 로지의 본명은 ‘오로지’이며 나이는 영원한 22세이다.
가상인간들의 활약이 계속되자 18살의 가상 뮤지션인 ‘로아’도 등장했다. 로아를 만든 이모션웨이브의 장순철 대표는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고, 그곳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나를 대신해 줄 가상 아바타의 존재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며 가상 뮤지션,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모델 등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상인간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CF 모델이나 방송인, 은행원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인간과 사람이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MBN은 김주하 아나운서를 본뜬 AI 아나운서를 정오 주요 뉴스 등에 투입시키고 있다. ‘김주하 AI 앵커’는 실제 김주하 앵커의 모습과 동작, 목소리 등을 10시간 녹화한 후 딥 러닝으로 학습해 탄생한 인공 지능 결과물이다. LG헬로비전도 방송인 이지애 씨의 모습을 본뜬 AI 아나운서를 케이블 TV 지역채널에 도입했다. AI 아나운서는 지역 뉴스 코너, 지역 날씨, 지역 소상공인 가게 소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한편, 키오스크와 은행 업계에도 AI 가상인간이 활용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대형 영업점에 AI 은행원을 도입한다. AI 은행원은 딥러닝 기반의 실시간 대화형 AI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상담 및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키오스크 내에서 통장 개설, 예·적금 등 간단한 은행 업무 상담이 가능하다.
디지털 세계에만 존재하지만 ‘가상인간’은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며 마케팅 시장 및 실제 고객과 대변하는 분야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선 실제 사람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고 강점이 많다”며 “심지어 가상인간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좋기 때문에 앞으로 광고 모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장돼 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가상인간은 인간과 달리 미디어 활용성이 매우 높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모델 활용이 가능하다. 동시에 ‘위험 부담도 적다. 실제 사람과는 달리 아프지도, 늙지도 않으며 모델이 각종 구설에 휘말려 광고가 중단되고 광고사가 피해를 입을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또한, 24시간 활동할 수 있으며, 광고 모델로 발탁된 이후에도 불미스러운 사생활 논란이 없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한 모델인 셈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 AI 센터장은 “이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자와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며 “가수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 노력한 지망생이 이제는 ‘AI 가수’와 경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인간을 ‘존재를 흔드는 손’이라 표현하기도 한다”며 “가상인간의 등장으로 우리 주변의 광고모델은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