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이채은 기자] 국내 최초 반도체 마이스터고인 충북반도체고등학교의 경쟁률이 지난해 1.51대 1에서 올해 2.26대 1로 크게 상승했다. 또한 서울반도체고등학교는 지난 5월 30일 개최한 입학 설명회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자, 6월 20일 입학 설명회를 한 차례 더 진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학교 관계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최근에는 상위권 성적인 학생들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의대 열풍이 이제는 반도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지금의 반도체 열풍은 과거 의대 열풍과 다를까.
반도체고등학교는 산업수요와 연계되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마이스터고등학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과 장비 운용, 품질 관리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학교에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유사한 첨단 실습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학생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교육 환경은 졸업 후 곧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교육 과정으로 인해 반도체고등학교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반도체고등학교의 취업률은 96%가 넘는다. 반도체 관련 기업들과 체결한 산학협력(MOU)을 통해 졸업 후 바로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충북반도체고등학교 교장 인터뷰에 따르면 학생 수는 96명인데 졸업생 채용 계약(MOU)을 맺은 반도체 기업이 100곳이 넘어 오히려 학생이 부족한 상황이다. 취업난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졸업과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목표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반도체고등학교의 인기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번 열풍이 반도체 산업 호황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산업 전반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물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지원까지 더해지자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반도체 분야로 쏠린 것이다.
과거 의대 열풍처럼, 반도체 분야 역시 높은 취업률과 연봉만을 이유로 학생들이 몰리는 또 다른 ‘쏠림 현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뿐 아니라 AI 기술의 발전과 산업 구조의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취직이 잘되고 돈을 잘버는 안정적인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 마냥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선택은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뉴스스페이스 기사에 따르면 반도체고등학교의 실습 위주로 진행되는 공학적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해 한 학기만에 자퇴나 전학을 하는 학생들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분명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핵심 산업이지만, 모든 학생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산업 구조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안정적이고 유망해 보일 수 있지만, 미래에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회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나 ‘취업이 잘되는 분야’만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가능성은 점차 좁아질 수 있다. 결국 반도체 열풍이 또 하나의 ‘쏠림 현상’으로 끝날지, 건강한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지는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사회의 균형 잡힌 시각에 달려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