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TECH]도시는 왜 점점 더 뜨거워지는가: 기후변화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강세준 기자] 한밤중에도 내려가지 않는 도시 열대야에 잠을 설친 경험은 2020년대 현재 온대 지역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여름이 더워진 이유를 기후변화에서 찾고, 이는 상당 부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실제로 도시 내부에서 체감되는 열은 “지구”가 아니라 “도시 구조”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바로 ‘Urban Heat Island(열섬 현상)’이다. 즉 도시는 단순히 기후변화를 겪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기후를 만들어내는 공간에 가깝다는 것이다.

열섬 현상이란 콘크리트 마천루로 가득 찬 도시가 주변 자연 지역보다 더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도시 지역은 주변 자연 지역보다 낮에는 평균 1~6°F(약 0.5~3°C), 밤에는 최대 22°F(약 12°C)까지 더 뜨거워질 수 있다. 이는 도시가 더 더운 것이 단순한 체감 온도의 차이가 아니라, 도시가 실제로 물리적으로 열을 저장하고 방출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도시를 이루는 건축물 재료와 구조가 형성하는 결과인데, 자연 상태의 숲이나 토양과 달리 도시 표면을 이루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등의 재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열용량(specific heat capacity)과 낮은 반사율(albedo)을 가지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오는 복사열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장시간 축적한 뒤 천천히 방출하는 구조를 만든다. 즉 도시 구조 자체가 낮에 받은 열을 밤까지 재방출하는 거대한 열 저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열섬 현상의 핵심은 단순히 열을 많이 흡수한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문제는 도시가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지표면은 밤이 되면 빠르게 복사 냉각(radiative cooling)을 통해 온도를 낮추지만, 도시에서는 건물 사이에 갇힌 열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된다. 특히 고층 건물이 밀집된 도심에서는 이른바 ‘도심 협곡(urban canyon)’ 구조가 형성되며, 열이 골목과 도로 사이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된다.

이 지점에서 도시계획의 역할이 드러난다. 열섬 현상은 도시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균등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같은 도시 안에서도 어떤 지역은 훨씬 더 뜨겁고,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시원하다. 이는 건물 밀도, 녹지 비율, 도로 재질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도시 간 비교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피닉스는 대표적인 열섬 도시이다. 피닉스는 소노라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에 흔히 사막성 기후로 인해 더운 도시로 인식되며, 실제로 이것이 도시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은 기후 자체보다도 도시 구조에 있다. 자연적인 사막은 낮 동안 강한 복사열을 받더라도 모래와 건조 토양이 상대적으로 낮은 열용량을 가지기 때문에 밤이 되면 빠르게 복사 냉각을 통해 온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피닉스는 콘크리트 건물과 넓은 아스팔트 고속도로로 뒤덮인 표면이 열을 저장하고 이를 밤까지 방출하면서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 더구나 사막이라는 특성상 자연적인 녹지 및 식생 비율이 낮아 증발산에 의한 냉각 경로가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극대화된다. 실제로 피닉스 내부에서도 녹지 비율이나 그늘 구조의 차이만으로 온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싱가포르는 고온다습한 열대 기후에도 불구하고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직관적으로는 열대 기후 한가운데에 위치한 고층 건물 중심 도시라는 점이 열을 더 축적시킬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싱가포르는 비슷한 기후대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평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반에 걸친 녹지와 수변 공간,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건물 설계, 그리고 건물 녹화를 통해 태양에서 비롯된 열에너지를 단순히 저장하지 않고 증발산 과정으로 전환한다. 연구에 따르면 녹지와 건물 설계가 결합된 지역은 온도 변화가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녹지 확대만으로도 주변 지역보다 수 도 이상의 냉각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기에 최근 들어 열섬 대응의 핵심은 도시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접근은 세 가지다.

첫째, 도시 표면을 바꾸는 것이다. 반사율이 높은 ‘cool roofs’나 밝은 색 도로는 태양 복사를 덜 흡수하게 만든다. 극단적인 예시로는 법적으로 흰색 외장재 사용이 확대되어 ‘하얀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시가바트가 있다. 실제로 아시가바트는 비슷한 환경의 다른 사막 도시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도시 녹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열섬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이 열 흡수량이 높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구조물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해 증발산을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나무와 식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녹지 조성은 도시 온도를 몇 도 낮추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도시 건물을 설계할 때 열이 갇히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건물 간 간격, 바람의 흐름, 재료 선택 등을 포함하는데, 일반적으로 바람 순환이 원활한 구조를 가진 도시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열섬 현상은 더 이상 단순히 “왜 더운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도시가 열에너지를 어떻게 처리하고 분산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이다. 앞으로의 도시는 열을 관리하고 분산시키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는 일부 건물이나 일부 지역만의 변화가 아니라 건물 설계 방식, 규제, 녹지 밀도, 수변 공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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