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195만명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발자취를 뒤쫒다, 프로젝트 솔져

[객원 에디터 11기 / 이민주 기자] 한국전쟁은 흔히 Forgotten War, 즉 ‘잊힌 전쟁’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 전쟁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가족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싸워야 했던 참전용사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희생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다.
유엔 참전국 21개국, 물자 지원 40개국, 전후 복구 지원 6개국까지 총 67개국이 한국을 도왔다. 그중 가장 큰 규모의 병력을 파병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총 178만 9천명의 병력을 한국으로 보냈으며, 이는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영국보다 3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수많은 아들, 남편, 아버지들이 이름조차 생소했던 한반도의 전장으로 향했다.
미 국방부와 보훈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전사자 3만3686명, 부상자 9만2134명, 실종자 3737명, 포로 4439명의 피해를 입었다. 막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전용사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 제2차 대전 때에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싸웠지만, 한국전쟁에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싸웠습니다.”
프로젝트 솔져(Project Soldier) 사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윌리엄 웨버(William Weber)참전용사의 이 말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당시 군인들이 왜 한국으로 향했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처럼 느껴졌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USA Today’는 미국이 역사상 가장 큰 비용을 치른 13개의 전쟁 가운데 한국전쟁을 5위로 선정했으며, 2019년 기준 약 3898억 달러가 투입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전쟁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고,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도 함께 잊혀져 갔다.
버지니아 비엔나에서 열린 프로젝트 솔져 사진전은 바로 그 잊혀진 목소리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한 전시였다. 전시장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초상 사진과 인터뷰, 당시의 기억이 담긴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 속 노병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의 기억만큼은 여전히 생생했다.
전시장 안에는 흑백 사진 속 젊은 군인의 모습과 현재 노년이 된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어떤 사진 속 참전용사는 단정한 군복을 입고 있었고, 또 다른 참전용사는 오래된 군번줄과 훈장을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얼굴은 변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전쟁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특히 전시를 둘러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참전용사들이 단순히 전투 경험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한국의 겨울 추위, 피난민들의 모습, 전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아이들의 기억까지 이야기했다. 한 참전용사는 당시 한국 어린이들이 자신들에게 건네준 작은 감사 인사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전용사는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사람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사진전은 단순히 과거의 전쟁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었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 한 장 한 장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청춘과 희생, 그리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람객들은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전쟁을 숫자나 역사적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삶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쟁 직후의 폐허를 딛고 세계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뤄낸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재는 이름 없이 희생했던 수많은 참전용사들의 선택 위에 세워진 결과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솔져는 바로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다시 상기시키고 있었다.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라고 불리지만, 누군가의 희생까지 함께 잊혀져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 솔져는 역사의 뒤편에 남겨졌던 참전용사들의 목소리를 다시 세상에 전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