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및 출처 : Open AI 생성 >
[위즈덤 아고라 / 한동욱 기자] 올해 전 세계가 쏟아내는 데이터의 양은 약 221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감이 잘 오지 않는 숫자다. 분명한 건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새로 쌓이고, 그 대부분이 우리가 검색하고 클릭하고 결제하고 화면을 넘기며 남긴 흔적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 ‘흔적’의 정체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데이터의 대부분이 사실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봇에 의해 생성된 ‘가짜 정보’라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최근 데이터 과학과 정보 전쟁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죽은 인터넷 이론’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데이터는 이렇게 넘쳐나는데, 왜 기업들은 “진짜 인간의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안달일까? 왜 거대 AI 기업들은 수십조 원을 들여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고도, 정작 ‘깨끗한 데이터’ 부족으로 성능 저하를 겪을까? 먼저 시장을 보자. 글로벌 빅데이터 분석 시장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진짜 데이터’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미 전 세계 기업의 대부분이 AI에 투자했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데이터 분석에 기대지만, 그 데이터가 AI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각’의 결과물이라면 그 결정은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제는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만으로 부족할까? 그것은 AI가 지배하는 인터넷 세상이 ‘자기 복제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경험 많은 경영자의 직관이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AI가 생성한 방대한 데이터로 인해 인간의 직관조차 마비되고 있다. AI 모델들이 인터넷에 널린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학습하고, 다시 AI가 만든 데이터를 인터넷에 쏟아내는 악순환, 즉 ‘모델 붕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새 고객을 얻을 확률이 19배 높다는 분석이 있지만, 그 데이터가 ‘오염된 데이터’라면 이 모든 수치는 비용만 남기는 짐이 된다.
가장 정확한 예시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가입자의 미세한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했다. 2016년 이미 추천 알고리즘이 고객 이탈을 막아주는 가치만 해마다 약 1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AI가 생성한 가짜 계정과 행동 데이터가 인터넷을 지배하게 된다면, 넷플릭스의 강력한 무기였던 추천 알고리즘조차 ‘진짜’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오작동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많은 온라인 플랫폼이 AI 봇에 의한 오염된 행동 데이터로 인해 추천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의 힘이 이렇게 분명한데, 왜 대부분의 기업은 ‘진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실패할까? 현실은 냉정하다. 최근 이슈를 보면, OpenAI와 같은 거대 AI 기업들이 고화질의 ‘진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와 같은 주요 뉴스 매체와 저작권 소송을 벌이거나, 레딧처럼 인간의 실제 대화가 담긴 플랫폼 데이터를 유료화하는 등 ‘데이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실패율이 85%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지만, 이제는 기술이 아니라 ‘진짜 인간 데이터’의 부족이 실패의 더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데이터를 믿고 결정에 쓰는 문화가 없으면 데이터는 비용만 남기는 짐이 되며, 특히 오염된 데이터를 맹신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결국 경쟁력은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게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죽은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 ‘진짜 인간 데이터’를 가려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다. 쌓는 것은 시작일 뿐, 승부는 그다음이다. 데이터는 이제 누구나 가진 자원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양이 아니라, 데이터의 ‘진정성’과 ‘질’이다. AI 데이터가 AI 데이터를 키우는 악순환에 빠진 인터넷에서, 넷플릭스처럼 ‘진짜 인간 데이터’ 기반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승부는 ‘데이터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믿고 무엇을 결정하는가’에서 갈린다. 데이터가 경쟁력인 시대, 그 경쟁력의 진짜 이름은 오염된 정보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힘이다.
[위즈덤 TECH] 인공지능(AI)은 현대 사회에 아주 강력한 엔진입니다. 그리고 이 엔진을 움직이는 연료는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연료가 불순물로 가득 찬 오염된 연료라면 어떻게 될까요? AI는 가동을 멈추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폭주할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AI가 만들어낸 ‘가짜 정보’와 ‘모델 붕괴’ 현상을 통해 ‘죽은 인터넷 이론’의 실체를 알아볼 예정입니다. 동시에 ‘진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벌어지는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과 데이터 윤리, 그리고 정보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과제들을 함께 고민합니다. 데이터가 인공지능이 되는 과정부터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한동욱 기자의 ‘위즈덤 TECH’와 함께 일상 속 AI의 세계를 차근차근 탐험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