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Science Exploratorium – 신하은 에디터 본인 제공 >
실험처럼, 놀이처럼. 교육의 경계를 넘어선 과학 체험의 기록 – Science Exploratorium에서의 하루
[객원 에디터 9기 / 신하은 기자] 과학은 그 광범위함과 깊이로 인해 어린아이들에게 종종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로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유엔 통계에 따르면 25세 이하 인구 중 최소 중학교 과정을 이수한 비율은 여성 55.7%, 남성 60.6%에 불과할 만큼 전반적인 교육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또한 2015년, 멕시코는 OECD가 시행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72개 참가국 중 대부분의 영역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으며, 특히 모든 과목에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35위)를 기록해 우려를 자아냈다.
이처럼 멕시코의 열악한 교육 현실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본 기자는 현재 재학 중인 American School Foundation of Monterrey (ASFM)에서 ‘Science Exploratorium’을 기획하고 주최했다. 이 프로젝트는 고등학교 전 과학 교사들과 BioScience Club의 구성원들이 협력하여, 전교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대규모 학생 주도형 과학 체험 행사로 발전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과학 수업에서 3~4명씩 팀을 구성하고,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참여형 활동을 자율적으로 기획했다. 그 결과, 약 100개의 팀이 각기 다른 주제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그중 한 팀은 “‘움직임에서 빛으로”라는 주제로 자전거 페달, 모터, 전기선, 그리고 전구를 연결한 장치를 선보였다. 페달을 밟으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이 장치는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다시 빛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팀원들은 발전기의 기본 원리와 모터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며, 페달을 세게 밟을수록 전구가 더 밝아지는 현상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움직임이 실제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또한, ‘에너지는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시각 자료와 용어로 전달했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페달을 돌리며 “우와! 빛이 들어왔다!”라고 외쳤고, 일부는 “그럼 우리가 밟는 힘이 전기로 저장될 수도 있어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주제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지만, 이 체험은 아이들에게 과학이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 임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또 다른 팀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로 이목을 끌었다. 바로 “토르의 망치는 왜 아무나 들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이들은 강력한 자석과 금속판을 활용해, 외형은 영화 속 ‘묠니르’를 연상시키고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석의 힘을 조절해 일부 아이들만 망치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한 장치를 선보였다. 팀원들은 이 장치를 통해 자석의 극성과 자기장, 자성 물질 간 상호작용의 원리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단순한 실험을 넘어 “혹시 토르의 망치도 과학적으로 설계된 장치라면?”이라는 흥미로운 상상을 이끌어내며, 과학이 공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왜 어떤 친구는 망치를 들 수 있고 나는 못 드는 거예요?”라며 원리를 궁금해했고, 팀원들은 자기장의 원리와 자석의 위치에 따른 힘의 차이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었다. 과학이 마법처럼 느껴지는 순간, 아이들의 눈빛은 한층 더 반짝였다.
이외에도, 앵그리버드 게임에서 착안해 새총을 실제 크기로 구현하여 아이들이 직접 조준하고 발사해 보는 물리 기반 게임을 만든 팀, 레몬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화학반응을 설명한 팀, 다양한 바닥 재질 위에서 공을 굴리며 마찰력의 차이를 실험하고 이를 레이싱 게임으로 확장한 팀, 그리고 인체 장기를 모형으로 구성해 의사처럼 진단하고 치료해 보는 체험을 통해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한 팀까지, 다양한 과학적 시각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각기 다른 방식이었지만, 물리, 화학, 생물학은 물론 인문지리학까지 아우른 이번 행사는, 과학이 멀고 추상적인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누구나 체감하고 탐구할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Science Exploratorium은 단지 어린아이들에게 과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한 고등학생들에게도 배움의 의미를 새롭게 되짚어보게 만든 뜻깊은 경험이었다. 한 고등학생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학 개념을 설명하다 보니, 제가 1년 동안 배운 개념들이 더 명확하게 다가왔어요. 순수한 질문 앞에서 저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단방향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쌍방향 교육의 장이었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교실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배움의 공간 속에서 교육은 생기와 상상력을 되찾았다. 진정한 교육이란 이런 모습 아닐까? 작은 과학 체험에서 출발한 이 하루는, 배움이 즐거움과 연결될 때 얼마나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만약 배움이 이런 모습이라면, 누구라도 과학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사에 소개된 활동을 볼 수 있는 릴스 영상 링크: https://www.instagram.com/reel/DKzz3QSxPn2/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