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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움직이기 시작한 남극의 거대 빙산, 에이23에이

하루 평균 5km 이동하는 세계 최대 빙산

서울 면적의 6배에 달하는 크기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6기 / 안현호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빙산 ‘에이 23 에이'(A23a)가 30년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되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 23 에이는 면적이 약 4,000㎢로 런던의 두 배, 서울의 여섯 배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두께는 약 400m에 이른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고층빌딩인 ‘더 샤드'(The Shard)의 높이 310m를 뛰어넘는 규모로, 대략 15층짜리 아파트 10개를 쌓아놓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빙산은 1986년 남극 대륙에서 분리되어 웨들 해에 떠 있는 얼음 섬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근방에 소련의 연구 기지가 자리 잡고 있어, 분리 과정을 직접 관측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에이 23 에이의 형성 과정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웅장한 빙산은 웨들 해의 해저 진흙에 굳게 고정되어 있어, 30년 동안 해안에서 멀리 떠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부터 에이 23 에이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1년 동안 주변의 강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하루 평균 5km 정도 이동하면서 지구 동쪽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영국 남극 조사 연구소의 탐사 전문가 앤드류 플레밍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저 수온의 변화로 에이 23 에이의 이동을 자극한 것이 아니라, 이제 그냥 그럴 때가 됐다는 것이 동료 연구자들과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는 빙산의 크기가 일부 줄어드는 등의 자연적 영향으로 제자리에 더 이상 머물 힘을 잃었다는 것을 뜻한다.

남극을 벗어난 빙산들은 웨들 해를 거쳐 남극 순환류에 실려 ‘빙하 골목'(Iceberg Alley)이라는 경로를 따라 남대서양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후에는 남미 끝자락의 포클랜도 제도에서 동쪽으로 약 1,400km 떨어진 사우스조지아섬 근처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에이 23 에이가 사우스조지아섬 근처에 도달한다면, 이곳에서 서식하는 물개, 펭귄, 바다새 등의 사냥 경로를 방해하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빙산이 녹아 미네랄이 해양에 방출되면, 이 미네랄은 해양 먹이 사슬의 기초가 되는 유기체들에 영양분을 공급하며, 해양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캐서린 워커 박사는 “빙산은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라고 할 수 있고, 수많은 생물 활동의 시작점과도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에이 23 에이의 이동 경로를 주시하며 이 빙산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예측하고 있다. 이는 빙산의 이동이 기후 변화, 해양 생태계, 지구 환경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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