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종군 기자의 사망, 종군 기자의 역할은?
[객원 에디터 3기/김유현 기자] 종군 기자는 전쟁터에 나가 전투 상황을 신문 등 언론에 보도하는 기자를 일컫는다. 주로 특정 언론사에 소속되어 분쟁 주체 국가의 군대와 함께 전쟁터로 나가지만, 프리랜서나 제삼자의 입장인 나라의 기자들도 있다. 종군 기자는 군대가 관리하고 적에게 체포되면 제네바 협약 제2차 협약에 따라 포로로 취급된다. 이들은 목숨을 잃을 것을 각오하고 취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실제로 취재 도중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종군 기자들의 사진은 진실을 알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국제법상 종군기자에게 발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전쟁 범죄가 된다. 하지만 실제 전시 상황에서는 적군과 종군 기자를 구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서도 약 4주 만에 서방 기자 2명을 포함해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사망자는 3월 13일에 사망한 전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이자 영화제작자인 51세 브렌트 르노로 그는 세계 분쟁 지역을 찾아 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이르핀에 있는 러시아 검문소에서 대피하는 민간인을 취재하던 도중 차를 타고 이동하다 목에 총을 맞아서 사망하였다. 그와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미국인 기자 후안 아레돈도와 현지인 기사도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15일, 미국 폭스뉴스 소속 영상 기자 피에르 자크르제우스키도 키이우 외곽에서 취재를 위해 이동 중 러시아의 포격으로 사망했다. 함께 취재 중이던 폭스뉴스 소속 우크라이나인 사진기자 올렉산드라 쿠브시노바도 사망하였다.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특파원 벤자민 할은 포격으로 인해 파편이 두 다리에 박히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키이우 TV 타워 폭격과 미콜라이우 공격에서도 우크라이나 기자가 각각 한 명씩 숨지는 일이 있었다. 스위스 기자 한 명과 덴마크 기자 두 명을 포함해 3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인권단체는 “러시아 점령군이 적극적으로 외국 취재진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라고 비난하였다.
이처럼 종군 기자는 위험천만한 전쟁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진실을 전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 언론인들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유엔 안전 보장 위원회에서 세르지이 카이슬릿쟈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3월 13일 이르핀에서 미국 영화 제작자이자 언론인인 브렌트 르노를 살해한 것에 대한 귀하의 규탄에 주목”한다며 러시아를 비난하였지만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브렌트 르노 기자 사망에 대해 “그가 사망한 이르핀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그의 동료에 따르면 그들의 차에 불이 붙은 것은 우크라이나 군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브렌트 르노 기자의 가족에게 애도의 서한을 전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각국 언론 특파원 단체 ‘내셔널 프레스 클럽’은 이들의 사망에 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따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결정도 눈여겨봐야 할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