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민주주의의 흔적이 사라지는 홍콩

홍콩 민주주의의 상징 ‘수치의 기둥’ 철거돼

민주주의 성향 언론 폐쇄

<PIXABAY 무료 이미지 제공>

[객원에디터 2기 / 손유진 기자] 지난 24년 동안 홍콩대학교에 위치해 있던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 동상이 최근 철거됐다. ‘수치의 기둥’은 1989년에 일어난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동상이다. 천안문 민주화 시위 때 중국 병력이 시위 참가자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해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1989년 6월 말, 중국은 약 200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다분하다. ‘수치의 기둥’은 중국에선 언급조차 금지된 천안문 시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도 불렸다. 

동상이 철거되자, 홍콩대학교의 학생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홍콩대학교는 ‘수치의 기둥’의 철거에 대해, “외부 법률 자문과 대학에 대한 위험 평가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다”라고 해명했다. 홍콩대학교의 철거 결정에 대해서,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이 두려워 철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이 동상은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의 소유였는데, 지난 9월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의 회원들이 징역형을 받고 해산되자, 홍콩대학교는 지난 10월부터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의에게 동상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철거된 이 동상은 1997년, 덴마크의 조각가 옌스 갤슈트(Jens Galschiøt)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철거된 동상을 덴마크로 돌려받길 원한다고 밝혔고, 이를 미국 워싱턴 D.C.로 가져가 중국 대사관 앞에 설치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이러한 ‘민주주의 지우기’는 홍콩대학교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홍콩중문대학교는 민주주의의 여신상을 철거했고, 링난대학은 캠퍼스에서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 벽면 부조물을 철거했다. 또한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에 대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시위도 줄어들었고, 여러 이슈에 대해 더 이상 ‘안전’하게 토론할 수 없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최근 홍콩에서는 민주주의적 성향의 언론사들이 문을 닫고 있다. 몇 개 남지 않은 민주주의적 성향의 언론사인 ‘스탠드 뉴스'(Stand News)도 경찰이 들이닥친 이후 문을 닫았다. 약 200명의 경찰이 언론사의 회사로 급습했다. 현직원과 전 직원을 포함한 7명이 “선동적인 출판물을 출판하려는 음모”가 있다며 구금되었다. 이로 인해 ‘스탠드 뉴스’는 페이스북 글에 “상황 때문에 운영을 즉시 중단한다”며 더 이상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SNS 게시물들을 지우겠다고 게시했다. 홍콩 경찰은 “관련 언론의 자료 수색 및 압수”를 할 권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17일 반중매체인 빈과일보에 홍콩 경찰이 들이닥쳐 2019년부터 올라온 30여 편의 글이 홍콩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 혐의를 받는다며 직원들을 체포하고 자산을 동결하여 자산의 사용이나 변동을 금지시켰다. 이후 입장신문도 홍콩 경찰의 급습을 받으며 문을 닫았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