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HEALTH] ‘보호’라는 돌봄이 필요한 시기, 청소년기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위즈덤 아고라 / 이채은 기자] 청소년기는 일반적으로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흔히 만 10세에서 18세 전후의 시기를 가리킨다(연령 기준은 나라와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이 시기에는 사춘기를 겪으며 호르몬 변화에 따른 신체적 성숙과 정서적 발달을 경험하고,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따라서 부모와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청소년이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적절한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히 보호받고 있을까?

최근 ‘소아청소년 우울증’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10대 환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71.7% 증가했으며, 10대 미만은 104.7%나 늘었다.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 저하뿐만 아니라 식욕 저하, 불면, 집중력 저하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사춘기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겨져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2025년 10대 청소년의 자살 사망자는 399명에 달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으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시기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청소년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물론 학업과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부담과 스트레스는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성적과 입시가 청소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일상까지 압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아직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무엇에든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또래 친구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친구 관계가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친구의 행동이나 권유가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을 악용해 10대가 도박 조직의 총판 역할을 하며 수백 명의 회원을 끌어들인 사례가 보도되었다. ‘청소년 도박’은 대부분 친구의 권유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더라도, 돈을 딴 경험은 다시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따라서 돈을 잃었을 때는 다시 돈을 되찾으려는 청소년의 심리를 자극해 도박을 반복하게 만든다. 결국 청소년들은 도박에 점점 깊이 빠져들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KBS 뉴스에 따르면 2025년 청소년 도박 경험률은 4.5%(약 17만 명) 이며, 처음 도박을 경험한 나이는 평균 12.5세까지 낮아졌다. 도박 경험자 중 6개월간 도박을 지속한 비율도 19.1%에 달했다. 이러한 현실은 지속적인 도박 위험성 및 예방법 교육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돌봄에 여전히 공백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에서 나아가, 청소년이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우며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특히 친구를 도박에 끌어들이거나 도박 조직의 운영에 가담하는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보호받아야 하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를 입은 학생들 역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의 정도와 심각성 등을 고려해 관련 법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이미 도박 문제를 겪는 청소년에게는 처벌이나 비난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청소년이 문제에서 벗어나 다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보호라는 돌봄의 일부이다. 

청소년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뿐만 아니라,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도 돌봄의 공백은 발생한다. 바로 ‘방임’이다. 방임 역시 아동학대의 한 유형이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청소년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할 수 있고, 신체적으로 눈에 띄는 흔적이 남지 않아 방임을 발견하기 어렵다. 일부 보호자는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세계일보가 낸 보도에서도 자녀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방임 문제가 두드러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아동복지법은 기본적인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를 방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돌봄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다만 ‘소홀히’라는 기준 외에 구체적인 매뉴얼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신고 이후에도 청소년이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방임이 아동학대의 한 유형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여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 조기에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성장했다고 해서 정서적인 돌봄까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청소년은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업과 인간관계 등 다양한 고민을 마주하며 불안과 혼란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청소년에게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가정에서 발생한 돌봄의 공백이 청소년의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나아가 어른들은 청소년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한 존재가 되어 주어야 한다.  또한 소아청소년 우울증과 청소년 도박, 가정 내 방임은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필요한 돌봄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보호’란 청소년의 모든 선택을 대신하거나 실패를 무조건 막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돌봄은 보호와 양육, 치료 및 교육 등을 통해 최소한의 울타리를 마련해 주는 것과 같다. 삶의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이 그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다시 나아갈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어야 한다. 청소년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의 시야를 넓히고,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청소년에게 제공해야 할 돌봄이다.

[위즈덤 HEALTH] 돌봄은 모든 나이대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반복되는 가운데 돌봄의 부담은 여전히 개인과 가족에게 크게 남아 있습니다. 이채은 기자의 “위즈덤 HEALTH”는 세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돌봄의 현실을 살펴보고, 더 나은 건강한 삶과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와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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