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HEALTH]돌봄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기, 영아기

< Illustration by Sooyeon Jee >

[위즈덤 아고라 / 이채은 기자] 영아기는 출생부터 만 2세 무렵까지의 시기로, 이 시기의 영아는 자신의 욕구를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고, 스스로 건강과 안전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성인의 세심한 돌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부모는 수유, 수면, 배설 등의 생리적인 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질병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보육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영아기 돌봄은 단순히 아이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아동교육지원센터에 따르면 영아기에는 신체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 사회성, 언어, 인지 발달 등 다양한 발달이 이루어진다. 특히 이 시기의 영아는 자신의 욕구를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는 울음이나 표정 등의 신호를 관찰하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배고픔이나 불편함을 알리는 아이의 신호에 보호자가 적절하게 반응하고 안정감을 제공하는 경험은 정서적 안정과 신뢰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반복되면서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성장 과정에서 계속 발전하며 자아존중감과 독립성,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영아기의 부모는 아이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해 주는 ‘보육자’와 아이가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양육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이러한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현금성 지원과 양육 정책을 도입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기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가 근로자 1인당 월 20만 원에서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으로 변경되었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역시 자녀 1인당 50만 원씩 추가되었다.

돌봄 서비스 역시 확대되고 있다. 야간 연장 돌봄 사업이 시행되면서 오후 6시 이후에도 초등학생 자녀를 맡길 수 있게 되었으며, 영유아를 위한 아침 시간대 돌봄도 강화되었다. 그 결과, 올해 1~3월 아침 돌봄을 이용한 영유아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또한 정부는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연간 최대 1,84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돌봄 서비스와 근로 제도를 통해 양육 부담을 줄이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이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까지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 인터뷰 속 직장인의 사례처럼, 자녀가 부모보다 어린이집이나 베이비시터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현실에 아쉬움과 부담을 느끼는 부모도 있다.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작은 변화와 새로운 순간을 함께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커 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아이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미안함은 현재 정부의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덜어 주기 어려운 마음이다. 결국 부모가 원하는 것은 양육 부담을 덜어 주는 지원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 과정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다.

물론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 시설은 영아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전문적인 돌봄을 제공하며, 부모가 처음 경험하는 양육 과정에서도 중요한 도움을 준다. 다만 아이의 성장에는 전문적인 돌봄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일상적인 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애착 관계도 꼭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늘리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높아진 주거비와 교육비 등의 부담으로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양육에 전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하거나 아이가 아플 때 일찍 퇴근하거나 휴가를 쓰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직장 문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부모가 이러한 제도를 실제로 이용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직장의 노력만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 바탕에는 돌봄을 여성의 몫으로 여겨 온 인식이 오랜 시간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분위기는 단순히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바뀌기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육아와 가사노동을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인식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여성에게 돌봄 부담을 집중시키고, 경력 단절과 같은 문제로 이어져 왔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생각은 여전히 우리의 무의식 속에 남아 있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집안일과 돌봄은 여전히 여성에게 더 많이 맡겨지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정부가 다양한 양육 정책을 마련하더라도 가정과 직장에서 돌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부모 중 한 사람의 희생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부모가 함께 책임지고, 직장과 사회가 그 책임을 존중하며, 아이가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영아기 돌봄은 아이의 건강과 발달을 위한 필수 조건이므로, 그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환경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위즈덤 HEALTH]돌봄은 모든 나이대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반복되는 가운데 돌봄의 부담은 여전히 개인과 가족에게 크게 남아 있습니다. 이채은 기자의 “위즈덤 HEALTH”는 세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돌봄의 현실을 살펴보고, 더 나은 건강한 삶과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와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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