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김시헌 기자] 10년이 되었다. 2016년 6월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고, 2020년 1월 브렉시트(Brexit)가 공식적으로 시행되었다. 브렉시트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영국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브렉시트 찬성 측은 영국이 EU의 규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무역 정책과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경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유럽 단일시장 접근성이 낮아지고 기업 투자와 무역이 감소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브렉시트 시행 이후 몇 년이 지난 현재, 영국 경제는 기대와 우려가 모두 현실로 나타나며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무역 환경이다. EU는 오랫동안 영국의 최대 교역 상대였기 때문에 탈퇴 이후 기업들은 새로운 통관 절차와 원산지 증명, 세관 신고 등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행정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운송 시간이 길어지고 물류 비용이 증가했으며, 특히 유럽 시장에 의존하던 중소기업들은 수출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기업은 거래를 포기하거나 생산 시설을 EU 회원국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반면 영국 정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하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노동시장 역시 큰 영향을 받았다. 브렉시트 이후 EU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면서 농업, 건설업, 물류업, 요식업, 의료 분야 등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다. 특히 계절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에 의존하던 산업에서는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으며, 일부 기업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임금을 인상해 근로자를 모집해야 했다. 이는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졌고, 결국 일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이민 제도를 도입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유치하려 했지만, 노동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금융 산업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런던은 오랫동안 유럽 최대의 금융 중심지였지만, 브렉시트 이후 일부 은행과 금융회사는 EU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파리, 프랑크푸르트, 더블린, 암스테르담 등으로 일부 업무와 인력을 이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여전히 외환 거래와 국제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금융 규제를 개선하고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투자 역시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았다. 브렉시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미루거나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비용이 증가하면서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첨단기술, 인공지능(AI), 바이오산업,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는 정부의 지원 정책과 민간 투자가 이어지며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예상치 못한 세계적 위기까지 겪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으며,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공급망 변화와 노동력 부족 등 브렉시트의 영향이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이 점차 안정되고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과거보다 다소 둔화된 상태이다.
브렉시트의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영국은 EU의 규제와 정책에서 벗어나 자국 상황에 맞는 산업 정책과 무역 정책을 직접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세계 여러 국가와 독자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하며 경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자율성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의 경제적 성과를 단기간에 성공이나 실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독자적인 정책 운영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역 비용 증가와 노동력 부족, 투자 감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국 경제의 미래는 새로운 무역 협정의 성과,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 해외 투자 유치, 그리고 세계 경제 변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와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가져온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