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오토바이 실태와 그 현상

< unsplash 무료 사진>

[객원 에디터 11기 / 김지나 기자] 2026년 현재 베트남의 도로는 거대한 오토바이의 물결로 가득 차 있다. 통계를 보면 베트남 전역에 등록된 오토바이는 약 7,700만 대에 육박하며, 이는 전체 인구 10명당 약 7명이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구당 평균 1.5대에서 2대 이상의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는 셈인데, 특히 수도 하노이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거주 인구수보다 등록된 오토바이 수가 더 많은 기현상까지 관찰된다. 이제 오토바이는 베트남에서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는 가장 보편적인 풍경이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냉혹한 경제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기준 하노이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980만 동(VND, 약 379달러)이며, 2026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적용하더라도 월 최소 수입은 531만 동(약 210달러) 수준에 머문다. 반면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자동차는 평범한 근로자가 10년 치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사치재에 가깝다. 이에 반해 수백 달러면 구할 수 있는 중고 오토바이나 천 달러 내외의 신차는 서민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자산이자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베트남의 지형과 거미줄처럼 얽힌 하노이의 좁은 골목 구조 역시 오토바이 시대를 공고히 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도시의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좁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는 오토바이의 기동성은 대체 불가능하다. 특히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Tet)’ 기간에는 이러한 기동성이 더욱 필수적이다.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민족 대이동 시기에, 수백 킬로미터의 장거리를 가족과 짐을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는 그들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재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오토바이의 급증은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하노이의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상시 마비 상태이며, 이는 대기 오염이라는 더 큰 환경적 재앙으로 이어졌다. 현재 하노이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WHO 기준치의 9배를 웃도는 45µg/m³를 기록 중이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 전체 일산화탄소 배출량의 76%가 오토바이에서 뿜어져 나오며, 운행 차량의 70%가 10년 이상 된 노후 모델이라는 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에 하노이시는 2026년 중반부터 도심 내 오토바이 통행을 제한하고 강제 배기가스 검사를 시행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생으로서 바라본 베트남의 오토바이 문화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의 의미다. 이곳 학생들에게 오토바이는 가장 친숙하고 경제적인 이동 수단이다. 우리는 이동할 때 주로 ‘그랩(Grab)’과 같은 온라인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자동차(GrabCar)보다 오토바이(GrabBike)를 호출하는 것이 훨씬 흔한 일상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요금의 절반도 안 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목적지까지 빠르게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놀러 갈 때나 등하교 시 좁은 골목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하노이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독특하고 효율적인 경험이다.

또한 관광객들의 눈에 비친 수만 대의 오토바이 행렬은 베트남을 상징하는 역동적인 풍경으로 각인된다. 길을 건너기조차 힘든 오토바이의 물결은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곧 베트남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로 다가온다.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부지런한 삶을 투영하는 거거울이자, 하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아이콘이다. 환경 문제라는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서민과 학생들의 발이 되어주고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이국적인 장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베트남 오토바이는 이 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가장 인간적인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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