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최도영 기자] 인공 자궁은 임신이 끝나기 전에 태어난 태아를 위해 자궁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여 미숙아가 자궁 밖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다. 이 아이디어는 1924년에 처음 제시되었으며, 1950년~2000년대 사이에는 인공 태반 개발을 위한 여러 실험이 진행되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1980~1990년대에 일본 연구진이 염소 태아를 이용한 연구를 진전시켰고, 17주 된 염소 태아를 3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인공 자궁 연구의 가장 큰 전환점은 2017년에 찾아왔다. 이 해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연구진이 Biobag(인공 자궁)을 이용해 태아 양을 체외에서 성장시키는 데 성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의 목적은 22~28주 사이의 극소미숙아(extremely premature infants)가 더 안전하게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의 미숙아들은 폐와 뇌의 구조가 매우 미성숙하기 때문에 출생 직후 인공호흡기와 약물 치료 등이 필요하며, 설령 생존하더라도 20~50%가 만성 폐질환이나 뇌 손상 등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Biobag은 자궁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투명한 비닐 백은 자궁의 보호막 역할을 했고, 인공 양수 공급을 통해 감염을 방지하고 폐 발달을 촉진하였다. 이를 통해 태아는 공기 대신 액체 속에서 발달할 수 있어 기존 인큐베이터보다 훨씬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미숙아의 혈관은 매우 약해 외부 펌프 사용 시 혈압 상승으로 심부전 위험이 커지는데, 연구진은 탯줄의 저압·고유량 구조를 활용하여 태아의 심장 박동만으로 산소 교환 장치를 통과하도록 설계했다. 이 실험은 인간의 22~24주에 해당하는 발달 단계의 양 태아를 대상으로 4주 동안 진행되었으며, 태아들은 정상적인 폐 및 뇌 발달과 함께 성공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기존 인큐베이터 치료에서 흔히 발생하는 산소 독성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자궁에서 성장한 것과 거의 동일한 발달을 보였다. 다만 양과 인간의 생리적 차이, 그리고 윤리적 문제로 인해 인간 대상 임상 적용은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5월, 일본 준텐도대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포유류 배아를 임신 초기 단계부터 출산 직전까지 인공 자궁에서 성장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연구는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다. 일본 연구팀 역시 Biobag 기반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여기에 AI 기술을 더해 혈류량, 심박, 호르몬 변화를 실시간으로 조절하였다. 인공 탯줄을 통해 영양과 산소가 공급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제공을 넘어 배아의 변화하는 생리적 요구를 충족했다. 일본의 연구는 염소 배아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실제 자궁에서의 발달과 거의 동일한 성장을 확인했다. 필라델피아 연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의 실험이 임신 초기 배아부터 시작해 완전한 외부 임신(full ectogenesis)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여전히 다양한 윤리적 질문을 낳는다. 예를 들어 기계 속 태아의 인권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생명 유지와 생명 종료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위험한 임신을 줄이는 대신 인공 자궁이 임신의 표준이 된다면 여성의 몸과 사회적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등의 문제들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10~15년 이내에 초미숙아 치료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완전한 외부 임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기준, 법적 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아직 갈 길이 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