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조예서 기자] 비건들은 좋은 목적을 위해 행동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불편해할까?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비건이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는 우리는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비건이 우리 공동체에 들어오면, 우리의 자기 판단과 도덕적 강인함이 흔들린다. 이런 생각은 위협을 받을 때 강한 반발심으로 이어진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비건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사실 비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상징하는 의미와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것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물성 식품을 먹는 건 대부분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그저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규범을 흔드는 어떤 것에도 불편함을 느낀다.
바로 이 규범 때문에 동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특별한 단어는 없다. 대신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들만 따로 불린다.
비건의 존재만으로도 고기를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에서 ‘선택의 문제’로 바뀐다. 이는 연구자들이 ‘육식의 역설(meat paradox)’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촉발한다. 즉, 동물을 해치는 건 잘못이라고 믿으면서도 동시에 계속 고기를 먹는 모순이다.
이 역설의 중심에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가 있다. 서로 충돌하는 신념을 동시에 가질 때 생기는 심리적 긴장이다. 예를 들어, “나는 고기를 먹지만 동물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라는 생각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에 반발한다. 특히 우리가 가진 ‘정상적인 자아’를 위협한다고 느낄 때 더욱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를 선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런데 좋은 사람은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모순을 유지할까?
그 이유는 고기를 먹는 것이 너무나 정상적이고, 필요하고, 심지어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건의 존재 자체가 이런 안락한 방어 논리를 흔든다.
동물에 대한 애정과 고기 섭취 사이의 도덕적 갈등을 직면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히려 비건을 공격하면서 자기 도덕적 자아를 방어한다. 비건은 단순히 개인적 도덕성뿐만 아니라, 집단 정체성에도 위협이 된다. 우리의 사회적 관습 상당수가 음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비건은 우리가 쌓아온 문화와 전통을 흔드는 존재로 여겨진다.
비건을 향한 가장 흔한 비난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비건은 채식주의자(vegetarian) 보다 자신들을 더 높게 여기는 경향이 있고, 비건 내부에서도 동기가 다르면 구분이 생긴다.
흥미롭게도, 비건이 스스로를 더 도덕적이라고 여긴다고 화를 내면서도 실제 연구 결과는 육식하는 사람들이 비건을 전반적으로 ‘더 도덕적인 사람’으로 본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우리는 비건이 우리를 판단한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해 방어 기제가 발동되고 자아가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그 평가의 주체를 더 반감하게 된다.
육식자든, 채식자든, 비건이든 모두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누구든 동물을 해치는 건 옳지 않다고 믿는다. 비건에 대한 부정적 감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판단과 도덕적 지위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수록 서로 더 잘 연결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