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환경 소비 트렌드가 만든 기업들의 ‘녹색 포장 경쟁’… 이제는 ‘진짜 그린’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객원 에디터 9기 / 정한나 기자] 소비자의 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기업의 마케팅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다. 친환경 소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높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8%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그중 94.8%는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환경을 고려해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소비자 인식 변화는 기업에게 기회이자 압박으로 작용한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을 앞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장된 표현이나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함께 등장하면서 ‘허위 친환경 광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과장된 홍보는 흔히 ‘그린워싱’이라고 불린다.
기업의 녹색 마케팅에 대한 사회적 감시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내 기업들의 허위 친환경 광고 적발 건수가 110건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2,528건으로 급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발표에 따르면, 광고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방식은 제품이나 기업 활동이 실제보다 환경에 덜 해로운 것처럼 보이도록 표현하거나, 주요 정보를 생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거나, 환경성과를 입증할 과학적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의 한 유통업체는 합성 섬유 제품을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라고 광고했다가 2022년에 300만 달러, 약 4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오스트리아의 항공사에서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비율이 극히 낮음에도 ‘탄소중립 비행’을 광고해 2023년 6월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례도 있다. 이처럼 현재 많은 해외 국가들은 허위 친환경 광고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있으며, 규제 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유럽연합은 2023년 ‘그린 클레임 지침’을 통과시켰다. 이 지침은 기업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할 경우, 사전에 과학적인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연 매출의 최대 4%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공공 조달이나 지원 대상에서도 일정 기간 제외될 수 있다. 이는 사후에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보다, 애초에 검증되지 않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접근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규제의 문제점은 사실과 다른 친환경 광고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기업에 책임을 묻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미 광고를 접한 후에야 허위 여부를 알 수 있고, 기업은 이미 기대한 마케팅 효과를 얻은 후라 처벌이 실질적인 억제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9월에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했고, 환경부는 같은 해 10월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 허위로 오해될 수 있는 사례에 대해 조사와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녹색 프리미엄’이라는 제도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광고한 사례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제도는 전기요금을 추가로 지불해 재생에너지 사용 이력을 확보하는 구조인데, 그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는 제도 운영 목적과 광고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기준이 정립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의 목적이 처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 관련 정보를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