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윤채원 기자]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단순히 혈압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카이스트 연구진들이 미국 면역학회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고염식이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면역과 신경계에 연쇄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장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 미생물들이 소화뿐 아니라 면역 조절, 뇌와의 신호 전달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분해하면서 여러 대사산물을 만든다. 이 대사산물 중 일부는 장점막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일부는 면역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이 균형이 깨진다. 유익한 미생물은 줄어들고 염증을 유발하는 균들이 증가하면서 장점막이 손상되고 염증 반응이 시작된다. 장벽이 약해지면, 장 속에 있어야 할 물질들이 혈류로 빠져나가 전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장 투과성 증가라고 부른다.
장은 단순히 소화기관이 아니라 뇌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를 ‘장-뇌 축’이라 부르는데, 장에서 발생한 염증은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 등을 통해 뇌에까지 신호를 보낸다. 동시에,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낸 일부 대사물질은 혈관을 타고 직접 뇌로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자극을 받아 과활성화되면, 뇌 염증이 생긴다. 미세아교세포는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특수한 면역세포로, 뇌 전체 세포의 약 10~15%를 차지하는데, 외부 병원체나 이물질이 침입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인식하고 제거하는 신경계 면역감시자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러한 뇌 염증 환경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면 뇌종양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염증으로 인해 신경세포 주변의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세포 성장과 분열이 비정상적으로 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연구에서는 만성 염증이 교모세포종(glioblastoma) 같은 악성 뇌종양의 발병과 관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짠 음식을 줄이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개선되고, 결과적으로 면역계와 뇌 건강까지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검사 키트를 통한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 저염식 식습관 관리 앱, 장-뇌 축 타깃 치료제 연구 등등이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