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골드카드’ 비자

< Illustration by Serin Yeo 2008(여세린) >

[객원 에디터 9기 / 차지민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발표한 부유층을 위한 ‘골드카드’ 비자가 큰 화제가 되었다. 올해 1월 25일,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2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는 부유한 외국인 이민자들의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을 위한 ‘골드카드’ 비자를 500만 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골드카드’ 도입의 목적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비자 제도를 추진한 이유는 단순히 상류층 이민자들에게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는 부유한 이민자들이 창출할 산업과 수많은 일자리, 그리고 막대한 세수와 소비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뿐만 아니라 해외 기술력이 필요한 기업들을 통해서도 골드카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자들이 필요할 때 골든 비자를 구매함으로써 산업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미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계층만 골드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자본만 충분하다면 누구든지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미국과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골드카드를 구매하면 미국 시민이 될 자격을 얻게 된다는 점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범죄자들이 자금을 이용해 영주권을 취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EB-5와 트럼프의 ‘골드카드’ 비자 차이점

미국의 투자이민 비자 제도인 EB-5는 1990년에 도입되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국 영주권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트럼프가 새로운 비자 제도를 추진한 주된 이유는 EB-5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 비용 때문이다. EB-5는 미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낮은 비용으로 그린카드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미국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EB-5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조건은 최소 1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9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민자가 투자를 하더라도 즉시 영주권이 발급되는 것이 아니라, 몇 달에서 몇 년의 대기 기간을 거쳐야 했다.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일반적으로 5년간 영주권자로 거주한 후 신청해야 하며, 이후 의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뿐만 아니라, 비자 발급 수가 1만 개로 제한되어 있으며, 그중 약 3,000개는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 배정되기 때문에 EB-5 제도는 미국의 기업과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의 골드카드는 시민권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의회의 승인 없이도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전 비자제도와 차이점이다. 다만, 돈만 있다면 시민권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으며,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많은 자본가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며 생기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빈부격차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차별 문제도 우려된다. 특히, 트럼프가 발표한 골드카드 구매자에게는 의회의 승인 없이 시민권과 영주권이 발급된다는 점에서, 이를 위험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으며, 기존의 이민자들에게 불공평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골드카드’ 비자 제도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는 부유한 외국인에게 거주권을 부여하는 골드카드와 유사한 비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에서 골든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200만 디르함(약 550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보유하거나, 산업 허가증과 함께 200만 디르함의 자본을 갖춰야 한다. 또한, 매년 최소 25만 디르함을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뿐만 아니라, 전 세계 100여 개국이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범죄 위험과 관련된 우려로 인해 많은 비판과 감시를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의 외국인 투자자, 기업가, 숙련된 전문가, 우수 학생 등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장기 거주 비자인 ‘골든 비자’가 있다. 골든 비자는 최대 10년간 유효하며,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갱신이 가능하다. UAE는 이 골든 비자 제도를 통해 글로벌 고액 자산가, 혁신 기업가 및 핵심 기술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투자 비자와 기업가 비자를 통해 외국인들이 UAE 경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숙련된 전문가와 우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비자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 국가들은 유사한 비자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투기 억제와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폐지하거나 투자금액을 상향조정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예로 스페인은 2024년 11월,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또는 기업 투자를 통한 거주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2023년 중반부터 아테네와 그리스 섬 등 특정 지역에서도 최소 부동산 구매 기준을 25만 유로에서 50만 유로로 상향 조정하였다.

‘골드카드’ 비자 시행의 대한 우려

트럼프의 주장대로 골든 비자가 시행된다면,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여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범죄 문제와 국민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면, 사기나 돈세탁을 목적으로 미국에 이민하려는 범죄자들이 쉽게 입국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 내 사기 범죄 건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불법적으로 확보된 자본이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위험도 따른다. 비록 이 제도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더라도, 윤리적 문제와 국민들의 의견 또한 존중받아야 하며,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