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외국인력 도입 제도 변화와 시사점
[객원 에디터 8기 / 우성훈 기자] 일본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력 도입 제도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일본의 생산 가능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경제 성장에 위협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노동력의 질과 양을 보완할 뿐 아니라, 일본 사회의 다문화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4년 일본은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체류 기간 및 가족 동반에 대한 제약을 줄였다. 기존에는 특정 기술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던 외국인력을 농업, 의료,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특정 기술 1호” 비자를 통해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도 일본에서 일정 기간 체류하며 근무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후 숙련도를 증명하면 “특정 기술 2호”로 전환하여 장기 체류와 가족 동반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 5년간 ‘특정 기능’ 보유 외국인 노동자 82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일본이 겪고 있는 노동력 부족 문제의 심각성과 경제적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내국인 중심의 고용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노동력의 심각한 감소를 겪고 있다. 2024년 현재 일본의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9.3%로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특히 운송·우편·건설분야나 의료, 요양, 건설 등 필수 산업에서의 인력 부족이 두드러진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발표한 ‘노동 경제 동향 조사(2023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구인난에 인력을 채우지 못한 사업장 비율이 57%나 됐다. 이에 더해 국내총생산(GDP)을 유지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또한 글로벌화와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외국인의 일본 사회 적응을 돕는 새로운 통합 정책을 실험 중이다.
정책 시행 이후 농업과 건설 분야에서는 외국인 노동력 덕분에 생산성이 개선되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와 일본 지역사회 간의 교류가 증가하며, 다문화적 이해와 포용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와의 갈등, 언어 장벽, 사회 통합 문제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2027년부터 시행될 ‘육성취업제도’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정책이다. 이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언어 교육과 문화 이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취업 후 정기적인 평가와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고용 안정성을 보장한다. 또한, 근로자와 기업 간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해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하여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이 제도는 단순한 노동력 확보를 넘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과 유사한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문제를 겪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비율은 19.2%이며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외국인력 도입 정책 변화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현재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 제한된 외국인력 고용 범위를 농업, 의료, IT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생활환경 제공이 외국인 근로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숙련도 향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체류와 가족 동반 허용도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장벽을 해소하고 지역 사회에서의 적응을 돕는 다문화 교육과 언어 지원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외국인력 유치와 사회적 갈등 최소화를 동시에 달성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서 효율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쿼터제를 도입했으며, 이 제도는 자국민과 외국인 노동자 간의 일자리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숙련도에 따라 비자 조건을 차별화하면서 노동 시장에서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와 교육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면서도 자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시행착오를 참고하여 더욱 효율적이고 포용적인 외국인력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외국인력 도입 제도 변화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한국도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만큼, 외국인력 활용 방안을 보다 전략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정착 지원의 중요성이다.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의 초기 적응을 위해 언어 교육과 법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정책 수립 시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주거 지원과 커뮤니티 형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자국민 일자리 보호와 외국인 노동자 권익 보장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정책 방향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