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감소시키는 두꺼비 독
두꺼비에서 유래된 화합물의 효과
우울증 등 여러 정신 질환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
[객원 에디터 7기 / 김려원 기자]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콜로라도강 두꺼비’라고 불리는 ‘소노라 사막 두꺼비’가 내뿜는 환각물질이 불안감과 우울감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8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실었다.
콜로라도강 두꺼비는 미국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 멕시코 등 미국의 남서부에 펼쳐진 소노라 사막에서 생활하며 적을 만나면 피부 분비샘에서 환각성 화합물을 내뿜는다. 귀밑 등 여러 곳에 있는 분비샘에서 강력한 독을 내뿜어 2022년에는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서 이 두꺼비를 핥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애리조나 소노라 박물관은 한 마리의 콜로라도강 두꺼비가 내뿜은 독만으로 완전히 성장한 개 한 마리를 죽일 수 있다며 이 독의 위험성을 강조했었다.
소노란 두꺼비의 독에는 5-MeO-DMT'(5-메톡시디메틸트립타민)이라는 환각제 계열의 환각성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물질은 현재 미국 마약단속국에서 중독성이 가장 강한 1급 마약으로 분류되어있다. 사람이 흡입하게 될 경우 약 15~30분간 행복감을 동반한 환각을 일으켜 이 물질은 뉴멕시코주에서 마약 용도로 자주 사용됐었다. 디메틸트립타민은 ‘마법 버섯’에 들어있는 환각을 유발하는 천연 화합물인 사일로사이빈과 유사한 비타민 구조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사일로사이빈이 우울증 치료나 호르몬 불규칙 개선, 그리고 거식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었지만, 정확히 어떠한 원리로 작용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일로사이빈은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신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것을 세계 최초로 허가받았다. 스테파니 냇츠 펙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캠퍼스 섭식장애 센터 교수 연구팀은 거식증 치료 관련 연구를 위해 거식증을 앓고 있는 18~40세 사이의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약 3달간 25mg의 사일로사이빈을 투여하며 변화를 관찰했다. 환자들은 약을 투여받은 후 심리상담을 받았고 90%의 환자가 ‘약이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사일로사이빈을 투여받은 10명 중 4명은 3달 후 섭식장애 평가 점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며 약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추가 연구를 통해 연구원들은 사일로사이빈이 다른 정신질환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연구팀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수용체 중 하나인 5-HT1A와 두꺼비에서 추출된 화합물의 반응을 살펴봤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세로토닌 수용체를 가진 세포와 결합해 행복감을 선사한다. 연구팀은 두꺼비의 화합물에서 환각 효과를 제거하고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도록 모형을 변형시켰다. 그리고 이 변형물을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높은 실험용 쥐에게 투여하고 결과를 지켜봤다. 변형물을 투여받는 실험용 쥐는 그렇지 않은 실험용 쥐들에 비해 다른 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고 또한 맛있는 설탕물을 잘 마시는 모습이 기록됐다. 이러한 행동들은 불안과 우울감이 줄어든 이후 나타나는 징후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정신질환 치료제의 가능성을 키운 오드리 워렌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 연구원은 “누군가가 우리 연구 결과를 사용해 인간을 위한 새로운 항우울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라면서도 “치료제로 만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직 두꺼비에서 추출한 화합물에서 부작용으로 환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