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돌의 사생활 제한은 과도한 억압일까, 당연한 희생인가?

스타들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주는 연애

팬과 아이돌의 관계로 보여지는 인격의 상품화

<Illustration by SeungHye Jung 2006(정승혜) >

[객원 에디터7기 / 장수빈 기자] 아이돌(idol)이란 라틴어 ‘가짜 신’(idolum)의 어원에서 유래한 말로 청소년들에게 아이돌이란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아이돌은 영어로 예쁨 받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숭배의 대상이 되고 예쁨을 받을 수는 없다. 수년 동안 피땀 흘리며 연습생을 거쳐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사라지는 아이돌이 대부분이다. 1년에 데뷔하는 아이돌 팀은 100개에 달하지만, 그중 극소수만이 주목을 받으며 대중들에게 어원처럼, 이쁨을 받으며 숭배의 대상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주목받는다고 하더라도 사생활이나 데뷔 전 과거 행동에 문제가 드러나게 되면 가차 없이 방송에서 사라진다. 

 얼마 전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는 배우 이재욱과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지 일주일 만에 자필 사과문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20대의 연애는 지극히 평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사생활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룹의 인기 멤버인 그녀의 공개 연애는 그룹에 피해를 주었고 팬들의 사랑을 배신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일부 팬들은 카리나 소속사 본사 앞에 ‘시위 트럭’을 보내는 등 거세게 그녀의 연애가 팬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열애 사실 공개 5주 만에 그녀는 결별을 택했다. 

<배우 이재욱(왼쪽),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아이즈매거진 공식 SNS게시물 캡쳐>

그러자 지난 3일 미국 CNN 방송은 ‘K팝 스타가 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관계를 끝마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한국 아이돌들이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한국 연예인들이 처한 상황과 열렬한 팬덤문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카리나가 연애를 인정한 것에 대해 팬들은 ‘커리어’까지 버릴 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냐며 항의한 내용과 연애를 경력 하락과 연결시킨 현상도 분석했다. 또한 팬클럽을 탈퇴하고 콘서트를 보이콧하겠으며 앨범 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팬들의 행동도 조명했다. 

아이돌은 끊임없이 팬들 앞에 반짝이는 존재여야 한다. 예전과 달리 아이돌은 신비로움을 유지하면서도 팬들에게 친숙하고 친밀함을 유지해야 한다. 단순히 노래와 춤을 잘 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팬미팅, 애플리케이션 채팅, 라이브 방송 등 팬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팬덤을 확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카리나도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아이돌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팬덤을 견고하게 확장해 나갔다. 그러던 중 열애기사가 나왔고, 그녀가 쌓아 온 이미지에 매도된 팬들은, 그녀에게 배신감을 표현하며 그동안 보여준 팬에 대한 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였다. 아이돌 카리나와 인간 유지민(카리나의 본명)을 동일시하며 유지민의 사생활 역시 아이돌로서의 삶이길 바란 것이다.

팬(fan)은 광적인 사람, 광신도를 의미하는 ‘fanatic’이란 단어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 열혈팬들은 아이돌을 덕질하면서 팬카페, 구독 서비스 등을 가입하고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그들에게 충성함으로써 아이돌과의 친밀한 감정을 공유하며 아이돌의 감정을 구매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상품과 구매자의 관계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아이돌에 대해 팬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단순한 소비재라고는 설명하기 힘든 상호적 유대관계에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팬덤들은 아이돌을 소유물로 여기며 통제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이돌도 엔터 산업이라는 터전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이다. 일부 사람들은 일반 노동자가 벌 수 없는 큰돈을 벌어들이는 부유한 아이돌을 걱정하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희생이나 인내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단순히 아이돌과 팬들이 만들어 낸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우며, 때문에 그들에게 문제를 해결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아이돌을 상품으로만 여기는 엔터산업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극단적 상품화에 입각한 착취적 팬덤 문화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사생활이 지켜질 수 있도록 아이돌을 회사가 보호하고 아이돌을 인간 그 자체로 바라보며 인격적으로 대하고 존중할 수 있는 팬의 문화가 조성시키기 위해 엔터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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