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코팅 프라이팬의 역습
[객원 에디터 7기 / 정동현 기자] 2020년 3월 개봉한 <다크 워터스(Dark Waters)>는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Dupont) 사의 독성 물질 유출로 인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사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롭 빌럿(Robert Bilott, 배우 마크 러팔로) 변호사는 199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 주 한 농장주로부터 이가 검게 변색된 젖소 190마리의 폐사 원인을 찾는 사건을 수임하게 된다. 그는 이 농장이 듀폰 공장의 산업 폐기물 매립지 하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듀폰이 많은 양의 과불화옥탄산( PFOA:perfluorooctanoic acid, 또는 C-8)을 불법적으로 방류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 물질들이 가축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듀폰사가 알면서도 폐기물들을 무단으로 방류하는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것을 밝힌다. 결국 젖소들의 폐사로 시작된 사건은 방류된 유해물질에 노출된 700만 명의 집단소송으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PFOA가 프라이팬부터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까지 전 세계적으로, 소소한 우리의 일상 속에 퍼져있는 독성물질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듀폰 사태로 이 물질의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2005년 미국 환경청(EPA)에서 발암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PFOA를 비롯한 과불화화합물들의 유해성 논란이 본격화 되었다.
PFOA는 우리 몸에서 잘 배출되지 않는 잔류성 유기화합물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규제되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스톡홀름 협약에서 PFOA뿐만 아니라 PFOA로 변환될 수 있는 불소수지 화합물 174종을 모두 금지 물질로 규정함에 따라 협약 이행국인 한국 또한 더이상 PFOA가 사용된 제품의 판매는 전면 금지되었다.
불소수지(PTFE)는 매우 미끄럽다고 알려져있는데, 때문에 프라이팬의 소재인 스테인레스나 알루미늄에 달라붙지 않아 다른 물질의 도움을 받아야 접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사용되는 것이 가공보조제(유화제)인 PFOA, PFOS와 같은 과불화화합물질이다.
요즘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코팅 프라이팬에는 “PFOA FREE” 라고 적혀있지만, PFOA이외에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불소수지 코팅을 했다면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이다. 불소수지가 300도씨 이상의 온도에서는 일종의 플라스틱 물질과 같은 코팅이 분해되기 시작하여 녹기때문에 독성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벗겨진 코팅이 음식에 섞여 인체에 들어올 위험성이 크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연기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흡입하면 오한, 발열, 두통,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소수 사례에서는 최소 390도씨 이상의 고온에서 발생한 연기에는 최소 4시간 이상 노출된 경우 일부 폐 손상 등의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성도 보고되고 있다.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팅 프라이팬은 적은 기름으로도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고 태우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불소수지 코팅 냄비·프라이팬은 빈 상태로 2분만 가열해도 380~390도의 고온에 이르고 유해한 가스·입자를 배출한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고온에서 물이나 기름을 두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빈 코팅 프라이팬을 가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코팅이 벗겨지지 않도록 목재나 플라스틱 등 부드러운 재질의 조리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내구성이 약한 편이기 때문에 설거지를 할 때 코팅이 벗겨지지 않도록 금속 수세미보다는 부드러운 스펀지나 행주 등의 천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다.
코팅 프라이팬의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스테인리스, 무쇠(Cast Iron) 등이 있다. 스테인레스는 오염 혹은 얼룩이 적고 녹이 적게 난다. 또한 관리가 편하고 내구성이 좋다. 대표적인 무쇠 제품으로는 르쿠르제, 스타우브 등이 있는데, 말그대로 Steel제품이기 때문에 무겁다. 하지만 열보전율이 좋아서 스테이크나 장시간 조리해야하는 제품의 경우에 적당하다. 스테인리스팬은 예열방법을 잘 알아야 요리가 눌러붙지 않는데, 우선 팬을 중간 불로 올려두고, 5-10분 정도 후 물방울을 떨구어 보아 물방울이 구슬처럼 데굴데굴 구르면 불을 끈다. 이후, 식용유를 두르고 팬을 기울여 보고 식용유가 물결무늬로 흐르면 다시 불을 켜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식초나 베이킹 파우더를 한두 스푼넣어 센 불에서 적당히 끓이거나, 따뜻한 물에 식초와 주방세제를 풀어 스펀지로 닦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