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으로 곤충들의 후각 교란
환경오염 물질이 꽃향기 분해…
[객원 에디터 6기 / 이승원 기자] 최근에 환경오염이 꽃향기를 분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궁극적으로 생태계와 농업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제프 리펠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오염물질 ‘질산염 라디칼’이 꽃향기를 분해해 곤충들의 후각 교란을 일으킨다는 내용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하지만 곤충들의 후각 교란을 일으키는 것이 왜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위험이 되는가? 그건 바로 꿀벌 때문이다. 꿀벌의 수분 활동은 세계 식량 안보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큰 문제이다. 꿀벌의 수분 활동이 줄어들면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약 8% 감소하기 때문이다. 약 8%가 감소하면 8억 톤 정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절대 적은 양이라고 볼 수 없다. 주요 농작물 수분의 79%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고, 나머지 21%는 나비, 새 등이 차지한다.
이러한 위험성으로 인해 꿀벌의 수분 활동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꿀벌 군집의 붕괴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기준 한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 7000여 개 가운데 61%인 94만 4000여 개가 폐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살아남은 꿀벌마저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워싱턴대 생물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라디칼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기 쉬운 상태를 말한다. 연구팀은 변화한 꽃향기가 수분 확률도 줄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애틀에서 약 280km 떨어진 산쑥 지대 달맞이꽃에서 꽃향기를 차단한 후 곤충이 방문 횟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실제로 벌, 명주잠자리, 나방 등의 수분 활동을 하는 곤충들의 방문 횟수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또한 대도시와 인근 지역에서 오는 질산염 라디칼이 꽃향기를 실제로 줄였는지 조사해 보았다. 실제로 그 주변에서의 꽃향기 이동 거리를 5배 정도 감소시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인구가 많은 도시, 예를 들어 도쿄, 상하이, 로스앤젤레스, 첸나이(인도), 마드리드 등과 같은 곳들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꽃향기 이동 거리가 많이 감소하여 도시인구의 크기가 꽃향기 이동 거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카불, 산티아고, 밀라노 및 바르셀로나 등의 인구가 많지 않은 도시는 산업화 이전에도 거리는 짧았지만 그에 반해 줄어든 비율은 높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 연구는 꽃향기가 사라지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기후, 인구, 지리 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 대해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이 오존과 반응해 생산되는 질산염 라디칼은 밤에 반응성이 높고 많이 축적되어, 밤에 꽃이 피는 식물들의 향기에 의존해 꿀을 찾는 많은 야행성 곤충의 수분 활동을 크게 방해할 것”이라며 “후각 교란으로 곤충이 꿀을 찾지 못해 굶주리게 되는 상태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논문의 수석 연구자이자 생물학 교수 제프 리펠은 “24만 종의 식물 중 4분의 3이 식물 매개자 생물에 의존한다. (곤충 같은) 수분 매개자는 생태학에서 큰 역할을 하며 식물의 건강과 번식 활동에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면 생태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분 매개자는 인류의 식량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인간이 곤충을 잘못 건드리면 결국 인류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인간 활동으로 대기가 오염되어 수분 매개자들이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