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마다 향수에서 느끼는 향이 다를까?
[객원 에디터 5기 / 이채은 기자] 향수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된다. 향수 산업은 지속해 성장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코에는 400여 개의 특화된 후각 수용체가 있어서 코로 냄새를 흡입하는 동안 냄새 분자를 수집해서 분석할 수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우리는 같은 향수 냄새를 맡으면 같은 냄새를 맡을 것 같지만 같은 향수를 뿌리고 맡았음에도 느껴지는 향이 다르다.
코를 통해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냄새를 구성하는 분자는 뇌를 거치면서 분석된다. 뇌 안으로 들어간 다음 신호는 다른 기능을 가진 영역에서 분석된다. 뇌의 전두엽 피질은 냄새 자체를 인식하고 해마는 기억의 형태로 냄새를 처리한다. 반면에 편도체와 시상 하부는 감정의 맥락에서 냄새를 처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인간은 1조 개 이상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 지각센터의 연구팀에서는 같은 냄새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는 개개인의 냄새 수용체가 약 30%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511개의 냄새 수용체를 복제하여 실험실의 숙주 세포에 깊숙이 박아놓았다. 그리고 각각의 냄새 수용체가 73개의 다른 냄새에 각각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보았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다른 냄새에 반응하는 각기 다른 28가지의 행동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결과 분석을 위해 수학적 모델을 사용했을 때, 실험 대상자가 각각 가지고 있는 400개의 수용체 중 약 30%인 140개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각자 가지고 있는 수용체가 완전히 똑같지 않고, 수용체가 하나라도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향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에서 특정한 향을 맡고 있음을 인지하는 중에도, 서로 다른 향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실험 중 피실험자 A와 B에 같은 향을 맡게 했을 때, A는 백단유의 향을 맡았지만, B는 오줌 냄새로 받아들였다.
또한 체취가 다르게 느껴지는 데에는 유전자 변이가 기여한다. 같은 사람의 체취를 맡아도 누군가는 바닐라 향으로, 누군가는 끔찍한 냄새로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향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것은 냄새 수용체 유전자 변이이다. 예를 들어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특이한 종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쓴맛을 감지하는 TAS2R38이라는 유전자가 오이의 맛에 관여하는데, 유기물질 PTC(페닐티오카르바미드)를 사용하여 PAV와 AVI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PAV 타입은 AVI 타입보다 100배에서 1,000배 정도 더 많이 쓴맛을 느껴 오이 맛에 거부감을 들게 한다.
하지만 냄새 수용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수용체와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향에 대한 거부 반응이나 향을 어떻게 느끼는지와 같은 복잡한 연구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구조 연구를 통해 냄새 분자가 어떻게 특정 냄새 수용체에서는 활성화를 촉진하고 다른 수용체에서는 억제하는가를 알아내야 후각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