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유하는 연습, ‘명상’
뇌가소성
스트레스, 불안, 분노등 감소
KAIST 명상과학연구소
[객원 에디터 기자 5기/황시후 기자] Meditation, 명상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깊게 생각한다는 라틴어 meditatio에서 기원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약을 뜻하는 medicine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즉 명상이란 마음의 상태를 치유하고 향상하며, 정신작용으로서 의식, 정체성,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심리적인 안녕을 얻고 마음을 챙기는 것이다. 안희영 한국 MBSR연구소장은 “명상은 사고하고 판단하는 머리의 세계와 고요함과 명료함을 추구하는 가슴의 세계의 조화를 이루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명상이란 단어는 응시와 집중에서 헌신과 찬송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사용하는 수많은 방법들을 기술할 때 두루 쓰인다. 이 단어의 기원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아시아부터 서구 유럽으로 퍼졌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명상은 종교적 의미로도 쓰일 수 있겠지만, 오늘은 현재 가장 종교적 관념을 배제하고, ‘마음 챙김(mindfulness)’ 명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마음 챙김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과정으로, 외부의 어떠한 자극에 영향받지 않고 현재의 마음과 정신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위이다. 이는 많은 개인적, 의학적 장점들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어떠한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먼저 의학적 용도를 위한 명상에 대한 연구는 근 30년간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왔다. 1979년,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치유법인 ‘마음 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법’(MBSR)을 개발함을 비롯해, 명상은 서구 학문과 치유, 그리고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대니얼 골먼과 리처드 데이비드슨이 함께 펴낸 저서 <명상하는 뇌>에 따르면, 명상은 임상적인 측면에서도 명상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스트레스 반응성을 감소시키고 회복 탄력성을 향상하며 주의력과 기억력을 두드러지게 향상시킨다. 구체적으로는 명상이 우울, 스트레스, 불안, 분노, 피로감 등을 감소시키고, 활력감이나 긍정적인 정서를 증가시키며, 잠재력이나 창의력 계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위 저서에 따르면, 명상가들에게서 노화 속도를 늦추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근 명상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뇌가소성(Neuroplasticity)에 대한 발견 때문일 것이다. 브레인 미디어에 따르면, 신경인지 기능과 관련하여 명상이 주의집중력, 시각-운동 속도, 단기 기억력, 작업 기억력, 집행기능 등의 다양한 인지 기능의 영역에서 향상을 가져온다는 결과들이 나왔다고 한다. 또한 명상이 재발성 주요 우울증 환자의 재발률을 절반으로 감소시켰다는 논문도 발표되었다.
이에 더불어, 2005년 라자르(Lazar) 등은 MRI를 통해 명상을 통한 뇌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했다. 시행한 연구에서 주의력, 감각 정보 처리와 관련된 뇌 부위인 두정엽, 오른쪽 전전두엽과 오른쪽 앞섬이랑의 회색질 두께가 명상 수련 군에서 증가했고, 그 효과는 나이가 많고 명상 수련 기간이 길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의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특히 명상을 오랜 기간 수행한 사람들은 명상하지 않을 때도 명상을 하는 것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포착됐다. 저자들은 이를 ‘변성된 특성’이라고 이름 지었다. 평범한 사람은 마음속에서 답을 생각하는 순간 뇌에서 감마파가 0.2초 정도의 짧은 시간 나오는데, 명상 수행자들에게서는 이 감마파 진동이 일상적으로 유지됐다고 한다. 명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긍정적인 ‘변성된 특성’이 지속되고, 그 변형의 결과가 일상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점차 마음 챙김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희영 한국 MBSR연구소장은 “군이나 공기업, 기업, 학회 등 여러 곳에서 명상 지도자 양성을 위한 위탁교육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8년에는 KAIST가 ‘Vision 2031’을 선포하고 명상과학연구소 개소식을 가졌다. 홈페이지에는 “이미 세계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명상을 도입하여 효과와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연구도 상당히 진척되어 있다”며, “KAIST 명상과학연구소는 그동안의 집적된 방법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명상의 효과성 검증은 물론이고 명상의 구성 요소들의 메커니즘을 면밀히 검토하여 명상 공학 (meditation engineering)의 지평을 선도적으로 열어 가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명상은 더불어 개인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명상이 자신의 성공을 뒷받침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20년 넘게 명상을 해왔다. 그는 2017년 방한 당시 인터뷰에서 “명상이 없었다면 저서 <사피엔스>나 <호모 데우스> 같은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명상을 시작하고 싶거나 막 시작한 초보자라면, ‘초보자를 위한 명상’등 ‘가이드’된 명상을 해보면 좋겠다. 모임에 참여하기 부담스럽다면 편안한 자리에서 영상을 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