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을 휩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방법

< Illustration by Haewon Choi 2005 (최혜원) >

[위즈덤 아고라 오피니언 / 윤서준 ]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도 극도로 심해지면서 경제 침체를 넘어 정치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8월 물가지수가 8.3%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40년간 볼 수 없는 증가폭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소비위축으로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면서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0.75%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전망치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경제적 상황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감세 정책과 경기부양책에 대한 결과인 물가상승을 비난하는 ‘바이든 플레이션’이란 용어도 새로 생기면서 트럼프는 차기 대선을 노리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부양정책의 과정에서 실행한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 증가의 결과, 즉 팬데믹 머니로 인한 화폐가치의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 제로 금리’라고 불릴 정도로 낮은 금리 정책과 화폐를 찍어내며 4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시중에 풀었다. 또한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전국적인 규모로 봉쇄조치를 하여 물류 이송에 차질이 생겨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공급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허리케인, 가뭄,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곡물의 생산 감소로 따른 공급의 부족도 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에 기여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밀과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경제제재가 실시되고,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같은 필수 자원들의 대한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성 움직임을 취함으로써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급상승해 세계 경제에 큰 손실을 불러왔다. 

이번 인플레이션의 특징은 세계화 종식과 함께 오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세계화란 싼 값에 원자재와 물건을 만들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저렴한 소비를 하게 되는 경제질서이다. 세계화는 1991년 일본의 버블 붕괴와 소련의 해체를 거치며 본격화되었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되자 자유주의에 새롭게 편입된 폴란드와 헝가리와 같은 노동력이 저렴한 나라들에 공장을 세웠고, 당시 경제 상승세를 달리던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한 엔화 가치의 상승으로 일본 제조업 수출에 제동이 걸린 틈을 타 세계화는 본격화되었다. 플라자 합의 후, 일본에서 실물경제 대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를 하여 경제 버블을 만들었고 1991년 버블이 터지자 미국이 절대적인 경제강국 일인자로 등극하며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연 것이다. 이로 인해 가성비 높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군다나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세계화가 이뤄지게 되었다. 하지만 세계화는 미국 중산층의 붕괴와 중국의 ‘중국몽’을 이루기 위한 패권 도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끝을 맺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금융 경제권과 아시아 중심의 산업 경제권으로 나뉘게 되었고, 바야흐로 가성 비경제의 시대에서 이념체제 명분의 시대가 되었다.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 번에 0.75%씩 자이언트 스텝을 하면서 우리나라와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또한, ‘미국 국민 생활 안정화’를 내세워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실행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처방 의약품의 가격 인하, 보건 비용 부담 완화, 제약업계의 영향력 견제 등을 시행하며 보건의료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있다. 특히 소위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법(Affordable Care Act)」(ACA)의 보험료 보조금 수혜대상 및 지원규모를 2025년까지 연장 적용하고, 메디케어(Medicare)에 따라 환자가 처방약에 대해 부담하는 금액에 대해 2천 달러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또한 미국은 칩 4 동맹이나 프렌드 쇼어링으로 동맹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에서 조립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화의 종식에 대한 영향으로 경제 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현재 자원의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듯이, 자원이 패권에 사용되고 있다. 효율성보다 이념과 체제를 우선하는 국제질서가 확대되면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프렌드 쇼어링’을 강조하지만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의 자국 생산기지의 확대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보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국외 자원에 의존하는 대한민국과 같은 국가들은 자국에서 모든 생산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적응하기 위한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는 지출을 줄여 물가상승폭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들과 서민들의 부담을 함께 줄이는 복지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자국을 우선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법안 통과는 막지 못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시행령을 조정하여 한국산 제품차별 규제 개선을 하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도 이뤄야 한다. 기업도 생산비를 낮추는 기술혁신 및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한 발전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여기에 제조업 중심의 체질을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도 물가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필수품들을 사재기하게 되면 물가상승에 기여하게 되므로 국산품이나 사회적 기여를 하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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