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세계의 공장’ 중국의 역할은 끝났다

글로벌 브랜드들 중국 내 제품생산 의존도 ↓

< Illustration by Michelle Chang 2004 >

[객원 에디터 4기 / 이태린 기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변하고 있다. 전쟁과 코로나 여파, 패권 갈등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던 세계화가 종식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월, 애플의 중국 공급업체인 입실정밀(Luxshare ICT)과 아이폰 조립업체 폭스콘(Foxconn)이 베트남 북부에서 맥북과 애플워치의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 애플은 2020년 블루투스 이어폰 생산량 일부를 옮겼고, 2022년 중순,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이어폰 생산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한 이력이 있기도 하다. 베트남의 경우, 노동 임금이 중국에 비해 2배 정도 낮고, 노동 인구 밀도도 높기 때문에 직원을 더 쉽게 채용할 수 있어, 애플은 올해 중국 이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한 애플은 2025년까지 아이폰 생산량의 25%를 인도로 이전하고, 아이패드 생산량의 20%, 맥북 생산량 5%, 그리고 에어팟 생산량의 65%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임을 밝히며 공급 시장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곧 아이패드 조립도 시작할 계획으로 밝혔다. 

2022년 중순, 전 세계에 400개가 넘는 점포를 둔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 또한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점포 2개를 폐쇄하고, 세계 1위 온라인 쇼핑몰 그룹 아마존은 중국 내 전자책(Amazon Kindle) 서비스를 중단, 나이키는 올해 6월, Nike Run Club의 앱 서비스를 종료했다. 

탈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꼽힌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봉쇄 조치를 진행하는 고강도 방역 정책이며 단 한 건의 감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정책이다. 이처럼 정책으로 경제의 성장이 더디고, 도시 봉쇄에 의한 운송과 공급 공급망 붕괴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중국의 무력시위처럼, 대만 침공 가능성은 중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운다는 경고이기 때문에 이처럼 기업들의 탈중국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22년 8월, 반도체 산업 육성법을 제정하면서 중국과의 경쟁과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디커플링이란 한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국가 또는 전반적인 세계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로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에 나서면서 미국 우방국과의 교역이 크게 늘고 있다. 예로 들면, 지난 8월 바이든 정부는 미국, 한국, 일본, 대만 4개국 반도체 협력 확대를 위한 ‘칩4’ 규합 의지를 밝혔다. 

지난 1월, 공급망 컨설팅 업체 프록시마(Proxima)에서 실시한 미국과 영국 내 기업 최고 경영진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중국 내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 중이거나 그럴 계획이 있음을 밝혔고, 80%는 국내 귀환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로도 건설 데이터 업체 ‘닷지 건설 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의 신규 생산시설 건설은 116% 급증했는데 다른 미국 내 모든 건설 프로젝트 증가율은 10% 정도였다. 여기에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지어지고 있는 인텔(Intel)의 반도체 생산공장 두 곳과 대만 TSMC의 공장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접경 국가인 멕시코에서도 기업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미국의 장난감 제조 회사 마텔(MATTEL)은 멕시코에 제조업체를 건설하기 위해 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을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은 중국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 멕시코같이 미국과 가까운 나라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TSMC 등 외국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에 두도록 유도하는 온쇼어링(onshoring)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미국이 우방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프렌드쇼어링 (friendshoring)’에서 일본과 같은 수혜 국가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국은 중국산 부품의 높은 의존도와 중국의 보복 우려로 제외되었다. 한국은 중국산 원산지 비중 축소를 요구받을 수 있다며 코리아 리스크 또한 지적당하기도 하며 미국 직접 수출을 확대하는 ‘피봇 투 아메리카(미국 회귀)’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OTRA(대한 무역투자진흥공사)는 양자 중심에서 다양한 나라들로 변화하는 국제 무역 협정 조류에 맞춰 한국이 적극적 참여를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상엽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장은 미국의 프렌드쇼어링과 ‘피봇 투 아메리카’ 정책으로 변화되는 국제 무역 기류 속에서 우리 기업도 대내외로부터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다라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