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평범한 내가 사이코패스가 된다면?

현대 뇌과학에 대한 피니어스 게이지 영향

뇌손상 후 성격변화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4기 / 황시후 기자] 1848년, 25살의 나이로 철도 공사의 감독이 된 피니어스 게이지 (Phineas Gage)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동료와 가족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었던 그의 인생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모든 것이 괜찮아 보였다. 

게이지는 동료들과 공사를 방해하는 거대한 바위를 제거하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했다. 원래대로라면 사상자 없이 안전하게 진행되어야 했던 일이었지만 한 동료의 실수로 인해 바위가 산산조각 폭발해 버린다. 그로 인해 폭발 현장 근처에서 안전모 없이 작업하던 게이지는 1.1미터 길이의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게이지는 왼쪽 턱에서부터 시작해 머리를 관통한 쇠막대로 인해 두개골과 전두엽의 상당 부분을 손실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린 게이지는 상당히 위독한 상태였으나, 응급수술을 비롯한 여러 치료를 받고 점차 회복한다.

그러나, 게이지는 사고로 인해 성격이 180도 뒤바뀌었다. 친구들과 지인에 따르면 게이지는 유능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지만 사고 후에는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게 되었다. 게이지를 치료한 존 마틴 할로우 박사 (John Martyn Harlow)는 “말하자면 지적 능력과 동물적 성향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 것 같으며 공격적이며 무례하고 반사회적으로 변했다.”라고 게이지를 진단했다. 

또한 게이지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적 성격을 보였다. The Mind Research Nerwork의 부교수 나다니엘 안데르송은 “사이코패스는 정서적 반응 결핍, 공감 부족, 행동 통제 부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신경 정신 질환을 앓는 개인으로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다.”라고 말했다. 

사이코패스의 대중화된 이미지는 흉포하게 범죄를 저지르고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이기주의자 일 것이다. 예를 들어 tvN 드라마 ‘마우스’에는 평범한 동네 순경처럼 보이지만 사실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등장한다. 또한 ‘사이코패스 다이어리’라는 드라마에서도 사이코패스는 살인마로 등장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이코패스는 비슷한 이름인 ‘소시오패스’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소시오패스라는 단어는 심리학적인 단어가 아니다. 임상심리학자 세스 메이어스 (Seth Meyers)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라고 불리는 질환은 사실 반사회적 성격장애 (ASPD)이고, 임상심리학에 사용되는 전문적인 단어가 아니라고 한다. 이 단어의 기원은 1930년대, 심리학자 조지 E. 파트리지 (George E Partridge)가 사이코패스의 ‘사회적(socio-)’ 모델에 이름을 정의하며 시작되었다. 

이름이 지어진 계기처럼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상당수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미디어에 흔히 보이는 것처럼 소시오패스는 죄책감과 연민을 표하지 않고, 공감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소시오패스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그에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는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이므로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비도덕적인 일이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 A가 전교 일등 B를 이기고 싶다면 B의 필기를 전부 불태워 버리는 일을 저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학술지 라이브사이언스의 발표로는 세상의 1%, 약 칠천만 명의 사이코패스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 전체 인구가 약 오천만 명인 한국보다 훨씬 큰 숫자이다. 

법의학 심리학자 로버트 D. 헤어 (Robert D. Hare) 박사가 개발한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PCL-R)가 가장 잘 알려진 예시이다. 이 검사는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참가자와의 인터뷰 및 사전 정보를 통해서 점수 매겨진다. 최저 0점부터 최고 2점까지 매겨질 수 있으며, 25점 이상 획득하는 것은 심각한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희대의 범죄자 유영철과 어금니 아빠는 각각 38점과 25점을 기록했다. 이 검사는 널리 사용되며 신뢰할 수 있지만, 잘못 해석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문가만이 임상 또는 법의학 용도를 위해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밑에 첨부된 검사지는 순전히 재미를 위함이다.

< 출처: 학지사 심리검사연구소소 >

또한, 사이코패스는 위 체크리스트뿐만이 아니라 뇌 스캔을 통해 분류될 수도 있다. 뇌신경과학자 제임스 팰론 (James Fallon)은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뇌를 스캔했다. 팰론은 의사 결정과 인지 과정에 관여하는 전전두피질 중 궤도전면피질의 활동이 줄어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재밌는 사실은 그 도중 자신의 뇌가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 출처: 사이언스 리더십 아카데미 (Science Leadership Academy, 2016) 보통의 뇌와(왼) 팰론의 뇌를(오) 비교했다. >

하지만, 팰론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사이코패스는 어떻게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적 성격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탄생된다고 한다. 법의학 심리학자 J. 레이드 멜로이 (J. Reid Meloy)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적 특징은 유전되며 종종 대에 걸쳐 대물림된다. 더 심한 사이코패스일수록 유전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사이코패스적 특징들은 후천적으로 습득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아동이 유년기에 지속적으로 학대당하고 방치되어 트라우마를 경험한다면 사이코패스적 특징이 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레브로 대학 (örebro university) 교수 캐서린 투블닷 (Catherine Tuvblad)의 논문을 보면, 9~10세 아동에 대한 폭력적이고 방치적인 양육법은 아동이 14~15세가 되었을 때 사이코패스적 성격을 띠게 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의약뉴스에 따르면, “감정이입과 죄책감 같은 감정에 중요한 부분인 복내 측 전전두피질이 손상될 시 정신병적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보일 수 있다”라고 한다. 즉, 복내 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은 사이코패스의 특징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를 보면,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은 47명의 죄수는 모두 복내 측 전전두엽 피질에 손상이 있었다. 같은 대학교의 정신의학과 교수 마이클 코니그스 (Michael Koenigs)는 “게이지는 사이코패스적 성격이 전전두피질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의 증거이자 가장 유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 출처:  themantic-education.com >

하지만 주세페 크라파로(Giuseppe Craparo)의 주장은 달랐다. 크라파로의 연구에 따르면 전과가 있는 22명의 참가자 중 17명이 어릴 적 트라우마를 경험했지만, 단 8명만이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25점 이상을 기록했다.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유년기 트라우마를 경험했지만, 3분의 1정도 만이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것은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어도 무조건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칼텍, MIT, 하버드 의대, 등 여러 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의 생명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셀 리포트’에 게재된 연구를 보면, 뇌 한쪽이 없는 이들도 일반인과 똑같은 지능지수를 가지고 있으며 온전한 행동과 언어를 구사한다. 또한, 연구팀은 뇌의 특정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분에서 해당 영역의 기능을 대신해 보완하는 ‘뇌 가소성’이라는 생체 기능 덕분에 손상된 뇌를 가지고도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니어스 게이지는 뇌 일부분을 상실하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고 그의 능력 있고 믿음직스러웠던 성격은 반사회적이고 공감이 없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변하게 되었다. 그는 극명한 성격 변화를 겪었고 심리학과 뇌과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참고 논문

  • Nasrabady SE, Rizvi B, Goldman JE, Brickman AM. White matter changes in Alzheimer’s disease: a focus on myelin and oligodendrocytes. Acta Neuropathol Commun. 2018 Mar 2;6(1):22. doi: 10.1186/s40478-018-0515-3. PMID: 29499767; PMCID: PMC5834839.
  • Van Horn JD, Irimia A, Torgerson CM, Chambers MC, Kikinis R, Toga AW. Mapping connectivity damage in the case of Phineas Gage. PLoS One. 2012;7(5):e37454. doi: 10.1371/journal.pone.0037454
  • Anderson NE, Kiehl KA. Psychopathy: developmental perspectives and their implications for treatment. Restor Neurol Neurosci. 2014;32(1):103-17. doi: 10.3233/RNN-139001. PMID: 23542910; PMCID: PMC4321752.
  • Tuvblad C, Beaver KM. Genetic and environmental influences on antisocial behavior. J Crim Justice. 2013 Sep;41(5):273-276. doi: 10.1016/j.jcrimjus.2013.07.007. PMID: 24526799; PMCID: PMC3920596.
  •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64455741_The_Relationships_between_Early_Trauma_Dissociation_and_Alexithymia_in_Alcohol_Ad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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