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어떤 성장과 성공을 꿈꿔야 하는가

< Illustration by Haewon Cho >

[위즈덤 아고라 오피니언 / 강예은 ] 2017년에서 2021년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6.1억이 올랐고,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45만 원이 오른 게 전부였다.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2월 7818만 원이며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과 서초, 용산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상승폭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집을 가진 사람이라고 마냥 기쁘지는 않다. 그저 가격만 올랐을 뿐이고, 오히려 자신들의 자녀를 걱정하며 불안감을 느낀다. 한 시민은 ‘딸이 결혼을 안 해 집을 안 샀더니 손해가 막심하다’라며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산 친구들과도 계급이 달라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반면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좌절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2020년 국내총생산 (GDP) 1조 6309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라섰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지금의 성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성장의 결과가 국민의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라면 성장의 방향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게 되면서, 상위권도 불안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낀다. 불평등이 고착화되면서 전 사회적인 신뢰가 떨어지고, 불공정성 인식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동안 소득과 자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고, 가정환경이 하위층이면 잠재력이 있고 노력을 해도 명문대에 가지 못할 확률이 무려 70%나 된다. 특히, 우리나라 자산의 80%를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과 학벌은 상관관계가 높다. 단 1%만 가는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 하위권 학생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등 5학년 때 고3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야 하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반복되며 청소년의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불안은 자기 비하는 물론 경우에 따라 혐오로 변할 수 있다. 한 온라인 수학 강사는 ‘공부를 못하면 용접 배워서 호주로 가라’며 ‘호주 가면 돈 많이 준다’는 발언까지 하기도 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선진국 국가에게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1순위를 물어봤는데 거의 모든 나라가 가족, 건강, 사회 등을 1순위로 꼽은 반면 우리나라만 물질적 풍요, 즉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OECD 국가 중 수학 학업 성취도와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은 가장 많았고, 아동문화 결핍 지수도 가장 적었다. 이렇듯 한국은 세계 최고의 학습 환경을 갖췄지만, 청소년들의 운동량은 최하위였고, 외로움을 느끼는 학생의 비율도 2번째로 많았으며,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꼴찌였다.

빈부격차로 인한 불평등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해 사회주택제도를 만들었다. 프랑스 사회주택은 우리가 아는 임대주택으로 가족수와 소득에 따라 임대료가 책정이 된다. 넓은 집이 비싼 임대료를 내야하는 우리나라의 기준과 다르다. 사회주택에서 살고 있는 한 시민은 전에 살던 아파트 월세가 지금과 비슷하지만 면적은 더 좁고 불편했다며 사회주택이 없었다면 파리 시내에서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민은 월세 약 1600유로를 내고 살고 있는데, 맞벌이라 소득이 더 많아서 임대료를 더 많이 내고 있다. 사회주택의 거주자들은 이렇게 소득에 따라 내는 임대료가 다르고, 집값 상승에 대한 이윤과 임대료로 정부는 또 다른 사회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파리 공공주택의 핵심 추진이고 사회적 혼합의 출발점이다. 프랑스에서 파리는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곳이고, 이를 개인이 독점하는 것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공재로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룬다는 것을 시민들이 동의했기에 가능한 제도이다. 현재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의 22%를 차지하고 있고, 3년안에 25%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부유층이 많이 사는 곳에 사회주택을 지어 좋은 교육을 저소득층 자녀들도 받을 수 있게 하여 불평등의 고착화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회주택은 생태 친환경적인 생활까지 가능하게 한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도 전체 시민의 80%가 월세로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두 배 가까이 월세가 치솟자 시민들이 나섰다. 가격 상승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독일 임대주택의 시효가 끝나며 민간기업이 다량으로 주택을 사들였고, 시장에 비싼 가격으로 내놓고 있는 요인이 가장 컸다. 그래서 시민들이 기업 소유 주택 25만 채를 공유화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가결됐다. 부동산은 삶의 기본권의 하나로, 투기의 도구가 되면 안 되고 생각한 시민들이 움직인 것이다. 즉, 부동산을 각자도생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의지였다. 돈이 아니어도 삶에는 소중한 가치와 누릴 것이 많다. 땅은 공공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개인의 욕망을 앞세우기보다 공동체 이익이 나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시민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같은 것은 같게 대우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 즉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존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란 ‘같은 수준의 재능과 능력, 그것을 발휘할 같은 의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에서 그들의 최초의 지위와 관계없이 같은 정도의 성공의 전망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정의의 실현은 우리 모두의 공감대를 얻고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물질적 성장을 어느 정도 이룬 만큼, 각자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며 모두가 행복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람마다 다른 꿈을 꾸고, 이를 인정하는 사회야말로,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성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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