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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지속된 할리우드 파업 종료

인공지능(AI)이 예술영역까지 지배, AI 윤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규제 필요

맷 데이먼, 메릴 스트립 등 배우 300명 참여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6기 / 장수빈 기자] 무기한 총파업의 초강수를 두었던 할리우드의 길고 길었던 118일의 여정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 영화산업의 메카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배우⋅작가 양대 노동조합은 7월 14일 자정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최근 마지막 파업이었던 1980년대 이후 43년 만의 파업이었다. 배우와 작가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하면서 1960년 이후 약 63년 만에 주요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이 멈추었고 이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파업은 작가들의 창작물, 배우들의 이미지나 목소리를 제작사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그들의 역할을 대신하여 제작하고 대체하는 것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할리우드의 판도를 급속히 바꾸고 있는 AI 기술이 직업 예술인들의 자리를 효율적인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제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AI의 등장은 할리우드에서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며 수개월 수년에 걸쳐 쓰이는 대본들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순식간에 만들어질 수 있으며 AI 기술로 분장이나 특수효과 없이 20~80대까지의 모습을 쉽게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우와 성우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딥페이크(deep fake: AI가 서로 다른 영상⋅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합성해 주는 기술)를 통해 다른 모습으로 재창조가 가능해졌다. 맷 데이먼은 “AI 문제는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다. 공정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파업을 지지했으며, 메릴 스트리프 등 배우 300여 명은 “우리의 작품이 AI 훈련에 사용될 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문제만이 아니었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무수히 재생되는 콘텐츠의 수익금에 대한 불합리한 정산 역시 불만이었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가 흥행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재생 횟수 등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배우들이 영화 성공을 통해 받는 로열티 성격의 ‘재상영분배금’을 제대로 정산받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배우 조합은 넷플릭스 등 OTT 스트리밍 수익의 일정 부분을 요구했지만, 버라이어티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대신 성과 지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재상영분배금을 제안했고, 성과지표를 기반으로 한 분배금 정산을 받기로 합의했다. AI 활용에 대해서도 배우들이 AI 활용에 대한 ‘사전 동의’를 하고 복제본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게 되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발표했다.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은 8일(현지시간) “영화⋅TV 제작자연맹과 118일간의 파업을 끝내는데 잠정 합의하여 파업은 9일 오전 0시 1분에 공식적으로 종료된다”라고 발표하였다. 합의안에 따르면 배우들의 최저 임금을 인상하고 스트리밍 플랫폼의 재상영 분배금을 늘리며 건강⋅연금보험에 대한 기여금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배우들에게 지급되는 로열티인 재상영 분배금 지급에 대한 내용, 인공지능(AI)이 배우들의 목소리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말 작가들의 협상이 먼저 타결되었으나 배우 노조는 스트리밍 재상영 분배금과 AI 문제를 가지고 마지막까지도 대립을 해오다 긴 파업으로 자본 손실 및 조합원들의 피로감이 커지자 극적으로 타결이 이루어졌다. 이번 파업의 손실 추정은 60억 달러(약 7조 8504억 원)에 달한다고 밀컨 연구소는 추산했다. 

이번 파업으로 미뤄졌던, 수개월동안 멈춰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제작이 재개되었기에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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