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2기 / 김단아 기자] 우리 몸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기관인 피부는 단순히 몸의 표면을 덮고 있는 조직이 아니다. 외부의 세균이나 유해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등 우리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피부가 손상되면 스스로 상처를 회복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손상 범위가 넓거나 깊은 경우에는 피부가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이때 환자 자신의 건강한 피부를 떼어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 사용되지만, 손상 범위가 넓으면 이식에 사용할 수 있는 피부 자체가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인공피부이다. 인공피부는 실제 피부의 구조와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여 손상된 피부를 대체하거나 피부가 다시 재생될 수 있도록 돕는 인공 조직이다.
그렇다면 나의 세포로 나에게 꼭 맞는 인공피부를 만들면 어떨까?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온 낯선 세포를 인식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공격하는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세포로 만든 피부를 이식하면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 감염, 흉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다면 우리 몸이 이식된 세포를 ‘내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고,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피부 재생이 가능하다. 이러한 개인 맞춤형 인공피부는 특히 ‘당뇨발(당뇨 합병증)’이나 만성 염증성 상처처럼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의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피부와 비슷한 인공피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인공피부를 만들기 위해 먼저 피부 조직에서 기존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이라는 피부의 기본 틀만 남긴다. 세포외기질은 세포가 붙어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하고 세포의 성장과 조직 형성을 돕는 물질이다. 실제 피부를 하나의 건물이라고 한다면 세포가 건물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고, 세포외기질은 건물의 뼈대와 내부 환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세포외기질에 환자의 피부세포들을 넣은 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실제 피부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 낸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세포와 생체재료를 필요한 위치에 배치할 수 있고, 환자의 상처 크기와 모양에 맞춰 피부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제작된 인공피부에서는 실제 피부와 유사한 단백질 환경이 만들어졌으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새로운 혈관이 자라나는 과정도 관찰됐다. 혈관 형성은 인공피부가 우리 몸에서 살아 있는 조직으로 자리 잡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인데, 아무리 피부와 비슷한 구조를 만들더라도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조직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인공피부를 적용한 부위에서는 염증이 크게 줄었으며, 약 2주 만에 손상된 피부가 빠르게 재생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피부가 상처를 덮는 속도도 대조군보다 약 3.9배 빨랐으며, 피부 조직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개인 맞춤형 인공피부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환자의 세포를 직접 가져와 배양한 뒤, 3D 프린팅으로 피부를 만드는 데까지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심한 화상처럼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도 있다. 환자의 세포를 배양하고 3D 프린팅으로 피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치료 비용이 높아질 수 있으며, 많은 환자가 이용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람마다 나이와 건강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세포가 자라고 회복하는 능력에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같은 방법으로 만들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품질의 인공피부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과제는 남아 있다. 그러나 3D 바이오프린팅과 세포 배양 기술이 계속 발전해 제작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언젠가는 심한 상처를 입었을 때 다른 사람의 피부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세포로 자신에게 꼭 맞는 피부를 만들어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