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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바로 ‘순환경제’

<Illustration by Hana Lee 2008 (이하나) >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기자] 지금까지의 경제는 제품을 만들고 그 쓰임을 다하면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로 이루어졌는데, 이의 특성상 한정된 자원이 순환될 수 없는 심각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21세기 사회에서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원고갈이 화두에 오르면서, 생태계의 한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다른 생물을 위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순환경제는 재활용의 개념으로 혼동하기 쉬우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이윤창출을 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ESG경영이 ‘환경과 지속가능성’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은 지금, 스포츠업계를 시작으로 다양한 산업계의 기업들이 각 국가들의 순환경제 구축에 동참하고 있다.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푸마는 2년 전부터 “Bring Me Back Program”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사용된 중고품을 수거하고 다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고 있는데, 전 세계 푸마 매장의 40%가 이 순환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이렇게 순환경제를 잘 실천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C2C인증(Cradle to Cradle)’을 받은 것이다.

C2C 인증라벨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유명 슬로건에서 파생된 단어로, 제품이 공장에서 만들어져 폐기물처리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장에서 새로운 용도를 쓰이며 이른바 ‘생의 주기’를 초월한다는 개념이다. 이 인증은 재활용 소재 활용 여부, 폐수 관리 여부, 친환경 에너지 활용 여부 등의 항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여하며, 푸마를 포함한 전 세계 400개의 글로벌 업체들이 이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SK케미칼이 유일하게 이 인증 라벨을 받았다. C2C 친환경 라벨은 선진국들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며, 순환경제가 산업계 전체의 성장 가능성을 판가름하게 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이 눈여겨볼만하다.

< 9가지의 순환경제 연구분야 – 엘런 맥아더재단 제공 >

2010년에 설립된 엘런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이라는 순환경제 전문 연구기관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함께 순환경제의 중요성을 전도하고 있다. 엘렌 맥아더 재단은 기후, 패션, 도시공학 등, 9가지의 분야에서의 순환경제와 관련 정책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업예시들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만약 세계경제가 순환경제로 전환할 경우, 2025년까지 해마다 1조 달러의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더해, 세계경제포럼은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을 중점적으로 논의했으나, 이제는 순환경제를 핵심 어젠다로 잡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핵심적인 기술이 ‘청색기술·바이오소재’라고 강조했다.

‘청색기술’이란 생물의 기능을 연구하고 모방해 경제적 효율성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는 친환경적 물질을 만드는 과학기술로, 생물모방(Biomimicry)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생물모방의 산업적 응용의 잘 알려진 기업사례는 바로 바이오시멘트를 만드는 ‘바이오메이슨’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업종의 탄소배출량이 타 산업보다 높다. 특히, 시멘트와 같은 연료를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야 하는 콘크리트 특성상, 콘크리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 세계 배출량의 8%나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바이오메이슨 역시 이 기업들 중 하나였으며, 산호초들이 외골격을 만들어내는 생광물화 과정을 모방해 바이오시멘트를 개발한 것이다. 바실루스(Bacillus)라는 막대 모양의 박테리아는 시멘트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들을 모래와 섞으면 석회석 결정을 형성할 수 있는 미세환경을 조성하며, 화학반응을 통해 고결화하는 과정을 거쳐 시멘트를 만드는 것이다. 동일한 원료를 사용하나, 수천 도까지 가열할 필요 없이 실온에서 바로 개발이 가능한 점이 매우 높은 탄소 절감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평균적으로 일반적인 시멘트가 만들어지기까지 28일이 걸리는 반면, 바이오시멘트는 단지 3일 만에 완전히 사용가능하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순환경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점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것을 구축하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순환경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에서는 C2C 인증을 받은 기업이 단 한 곳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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