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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강조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

Illustration by Junhyeon Cho

[위즈덤 아고라 / 손유진 객원기자] 8월 15일, 탈레반은 “전쟁은 끝났다”라고 선언하며 전국에 사면령을 내리는 등 새로운 정부 출범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6일 남서부 님로즈주 주도 자란지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수도인 카불과 인접한 동쪽 잘랄라바드(닝가르하르주 주도)와 서쪽 마이단 와르다크(마이단 와르다크 주도)까지 뻗어갔다. 12일에는 카불 남서쪽 150km 지점의 거점 도시 가즈니(가즈니주 주도)를 차지하고 다음날 13일에는 남쪽으로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로가르주의 주도 풀리 알람까지 차지했다. 그리고 14일에는 카불에서 11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탈레반과 정부군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후 15일에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에서의 전쟁은 끝났다”라고 말했으며, 수도 카불을 진입한 밤, 곳곳에서 폭발음과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 전 해외로 도망쳤다. 그는 도망친 뒤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차량 4대와 헬기를 현금으로 채운 뒤 북쪽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보냈다. 

정확한 사상자 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총격이 발생하며 많은 사상자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항에는 탈레반의 공격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수도인 카불까지 점령당하지 도로는 시내를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꽉 막혔고, 그나마 ‘안전한’ 수도로 도망 왔던 피난민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미국은 본격적으로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를 시작했다. 이들을 철수하는 데는 헬기가 동원됐으며, 외교관들은 중요 문서나 자료들을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 직원들과 동맹국 요원들, 그리고 아프간전 때 미국을 도운 현지인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기존 계획보다 1천 명 늘린 5천 명의 미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다시 차지한 탈레반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강조하고 있다. 탈레반은 “포괄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할 계획” 이라며 “탈레반 출신이 아닌 다른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 인권에 대해서는 히잡을 착용한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를 계속할 수 있으며 혼자서 외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탈레반의 극단적인 통치를 경험했던 시민들은 공포가 앞선다.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결성된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로,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명분으로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여성은 취업, 각종 사회활동이 제한됐고 남성은 수염을 길러야 했다. 탈레반은 어린이가 연을 날리면 잡아서 팔을 자를 정도로 가혹한 통치를 했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미군이 철수되며 20년간 이어지던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전쟁의 끝이 났다. 2001년 10월 7일 조지 부시 행정부(2001~2009)가 토니 블레어 내각(1997~2007)과 함께 일으킨 미·영 연합군 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아프간 전쟁)이 이제야 막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권력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유라시아 곳곳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미적인 탈레반 정권이 전국을 장악했다는 것은 주변 지역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견제 또한 거세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아프간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중국·러시아의 경쟁 역시 격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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