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준비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결국 12월로 연기
소비자 보증금제 컵 반납하면 300원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비용 전가” 반발 확산…6개월 유예
환경부, ‘제도 이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적 방안 적극 강구할 것’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환경부는 내달 1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보증금제를 상공인 점주들의 비용과 인력 부담이 가중된다는 반발에 직면하면서 6개월 뒤로 미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 주요 커피 판매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 제도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져 내달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예정대로 시행됐다면 이 제도에 따라 소비자는 재활용 라벨이 붙은 컵을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받게 된다. 컵에 붙인 별도의 ‘바코드 스티커’를 이용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고, 거리에서 주운 컵도 반납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따라 점주들은 개당 약 7원하는 라벨 스티커를 자원순환보증금센터에서 직접 구매해야 하는데, 라벨은 장당 6.9원이고, 여기에 수거처리비 4~11원이 추가로 붙는다. 또 라벨 주문 시 1개당 보증금 300원을 선지급해야 하고 보증금 300원에 대한 카드 결제 수수료 등을 더하면 라벨 구입 시 컵당 최소 311.3원에서 315.4원이 발생하게 된다.
라벨 비용 이외에도 라벨 부착, 컵 회수 및 세척 등 늘어나는 업무도 부담이다. 라벨이 스티커라 일일이 손으로 붙여야 하고,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고객 응대에 컵 회수와 세척까지 하려면 일손이 부족해 인력 충원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환된 컵을 보관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특히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의 경우, 가게 면적이 작기 때문에 일회용 컵들을 쌓아놓을 만한 공간이 부족할 수 있는데, 매장 한쪽에서는 음료를 제조하고, 한쪽에서는 세척된 컵을 쌓아놓고 있으면 위생상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공공장소에 무인 컵 회수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환경부는 “순환경제 및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준비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시행을 유예한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 2002년 이미 한번 실패를 경험했던 제도다. 컵 회수율이 30%에 머무는 등 여론에 호응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2008년 폐지됐다.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이 점점 늘어나며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가 20년 전보다 2배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매립, 소각 또는 환경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서울 환경연합은 “보증금제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시행이 미뤄진 만큼 더 철저한 준비로 동네 카페까지 향후 보증금제가 적용될 수 있는 더 발전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