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를 남기지 않는 상처치료
YAP 억제제로 흉터생성 막을 수 있어
[객원에디터2기|오재원기자] 의학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표피 정도만 다친 가벼운 상처는 흉터가 생기지 않지만 진피까지 손상된 깊은 상처는 여지없이 흉터를 남긴다. 흉터는 정상 피부조직이 손상되어 변화된 상태를 일컫는데 한번 생긴 흉터는 수술이나 약으로도 완벽한 제거는 불가능하다.
흉터는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이 지나치게 많지만 반면 조직화 과정이 부실해서 원래의 피부와는 그 생김새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세포외기질의 주성분인 콜라겐이 고르게 분포된 형태가 아니라 덩어리로 뭉쳐진 형태로 육아조직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상조직에 비해 탄력이 감소된 단단한 느낌을 준다.
또한 흉터는 정상의 피부조직, 진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공이나 땀샘도 없다. 신경조직 또한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감각도 둔해진다. 넓은 면적의 흉터는 체온 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미쳐 신체의 생리기능 또한 현저히 떨어뜨린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게 이러한 흉터가 생기는 이유는 피부를 완벽하게 재생시키는 것보다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완전히 치유될 때까지 감염과 염증에 아주 취약해지기 때문에 원래의 정상기능을 기대하지 않고 얼른 상처부위를 일단 덮어 흉터를 만들어야 외부로부터의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상처 치유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섬유아세포(fibroblast)이다. 섬유아세포는 콜라겐 및 세포외기질을 합성하는 세포로 세포간 물리적 결합력을 높여주어 빠른 속도로 외부로부터 상처를 막아준다. 미국 스탠퍼드대 Michael Longaker 교수 팀은 이 섬유아세포들 중 ENF(engrailed negative fibroblast)와 EPF(engrailed positive fibroblast)가 흉터와 관련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ENF는 섬유아세포의 종류 중 하나이고 EPF 또한 섬유아세포의 하나의 종류이며 En1이라는 전사인자 유전자를 발현할 수 있다. 정상 진피조직에는 ENF가, 흉터에는 EPF가 많이 존재하는데 상처 회복 과정에 ENF를 관여시키면 흉터를 만들지 않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처가 생기면 세포들끼리 당기는 힘이 커지고 YAP(yes associated protein) 및 YAP1 신호전달이 시작된다. 이렇듯, YAP는 주위의 기계적 자극으로 인해 세포가 화학적으로 반응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바로, 이 YAP로 인해 비활성 상태였던 En1 전사인자 유전자가 활성화되면서 정상조직의 ENF가 EPF로 바뀌고, 이 EPF로 인해 흉터가 만들어진다. 연구자들은 이 기전에 착안해 YAP 억제제인 verteporfin을 실험쥐의 상처에 주사해서 YAP 신호전달을 끔으로써 EN1이 활성화되지 않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흉터가 남지 않고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YAP을 억제하거나 그 표적인 En1의 활성화를 막으면 흉터 생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의 위험이 많이 낮아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흉터가 남는 것보다는 시간이 좀 걸려도 흉터 없이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바르기만 해도 흉터가 남지 않는 연고나 주사제 등 손쉬운 상처치료법이 곧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